'中企 주치의' 진단받고 살아난 아이티버스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스마트리모컨이 다음달 나옵니다. 이 제품으로 아직 경쟁자가 없는 보급형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김연수 아이티버스 대표는 이같이 강조하며 "벌써 대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올해 목표 매출인 50억원도 거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티버스는 터치칩 생산 기술을 리모컨에도 적용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스마트리모컨 '밀키에어'는 기존 버튼형 리모컨에 노트북의 터치패드가 결합돼 있는 모습을 보인다. 바둑알 크기의 터치패드가 리모컨에서도 마우스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TV, IPTV, 셋톱박스 등 리모컨에 사용된다. 소비자들은 화면을 보고 리모컨을 마우스처럼 사용하면 된다. 1만5000원대 가격으로 대기업의 고가제품은 물론 중국산 저가제품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김 대표는 "리모컨 시장은 연간 10억개 이상 제작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구형리모컨에서 스마트리모컨으로 교체수요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회사를 차린 김 대표는 향후 몇년간 기술개발에 열을 올렸다. 다른 것 생각할 겨를 없이 밤을 새워가며 해외 서적을 뒤적였다. 문과 출신으로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특허는 날이 갈수록 늘었지만 회사 사정은 창업 후 5년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회사 운영 체제를 갖추지 않은 채 '기술'에만 매달린 결과였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정작 제품을 만들어야할 때 돈이 없어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기업진단을 신청했다. 진단전문가는 김 대표에게 "회사에 체계가 없다"며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업생리를 알아야 한다"고 따끔한 지적을 했다. 김 대표는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던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먼저 직원들에게 하루, 한달, 반년, 1년의 사업계획을 짜도록 했다. 그리고 매일 그것을 체크할 것을 강조했다. 업무처리능력과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전문가들은 틈틈이 나와 이를 점검했다. 아울러 생산 및 영업, 품질 관리 시스템 운영 체제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했다.
미운오리였던 특허도 백조가 됐다. 기술력 덕분에 경쟁사에 비해 3배 이상의 원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2억원의 특허연계자금지원도 받았다. 김 대표는 "기업진단사업을 받지 않았더라면 스마트리모컨을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티버스는 지난해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정보기술(IT)액세서리ㆍ주변기기전시회 '키타스(KITAS) 2013'에 참가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스마트리모컨은 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보고 개발한 제품이다. 해외전시회에 적극 참여해 제품을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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