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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오너십이 기업운명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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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1994년 미국의 잭 웰치 제너럴일레트릭(GE) 회장은 후계자를 결정하는 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GE 특유의 후계자 훈련 및 결정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혁신의 전도사로 불리는 웰치 회장도 이 방식 만큼은 전통을 고집했다.
웰치 회장 자신도 전임 최고경영자(CEO)였던 레지널드 존스 회장으로 부터 6년간의 혹독한 CEO 승계 프로그램을 거쳐 경영권을 물러받았다. 세계적인 혁신 기업인 GE는 이같은 CEO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CEO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반면 일본의 대표기업인 소니는 4대와 5대 최고경영자의 실책으로 오늘의 위기를 맞았다. 소니 4대 수장인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은 잘못된 영토 확장으로 기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그는 영화와 게임,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더한다는 속셈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인 기술을 소홀히 했다. 이데이 회장의 뒤를 이어 CEO 자리에 오른 이는 소니 최초의 외국인 수장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이다. 2005년에 취임해 지난해 CEO 자리에서 물러난 그 역시 소니 위기를 심화시켰다. 지난해 비정상적인 엔저효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때까지 소니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흥망성쇠(興亡盛衰)'에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다. 그중에서 리더십 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누가 키를 잡는냐에 따라 순항과 좌초의 길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CEO 리스크', '총수 리스크'를 생존의 문제로 여긴다.

이같은 리더십 위기는 외국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재계에 지금 닥친 현안 문제이기도 하다. 오너 기업 이건, 전문 경영인 체제 기업 이건 간에 모두 겪고 있다. 오너십 형태에 관계없이 리더십에 따라 기업 경영이 좌지우지 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 볼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멀리서 찾을 필요 조차 없다.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형 확정 판결을 받은 재계 서열 3위의 SK그룹. 최고 경영진의 부재로 심각한 오너십 위기에 놓였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인사는 물론이고 신규 투자, 신규 채용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김승연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은 받은 한화그룹은 새로운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법적인 문제로 김 회장의 경영복귀는 당장 이뤄지기 힘들지만 그의 존재 만으로도 가라 앉았던 그룹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물론 최근 들어 잇따른 대기업 총수 구속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의 주가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이제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면서 CEO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단기적으로 반짝 충격을 줬을지도 모르지만 대체적으로 기업 내제가치나 수급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일반적인 움직임을 보였을 뿐 총수의 신상과 주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눈에 보이는 수치만을 고려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사상 최악이라고 할만큼 실적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는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재계와 각을 세우면서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총수들의 수난 시대로 불릴만큼 재계는 크게 흔들렸다. 오너십 위기로 기업들은 보수적인 경영을 해야만 했다. 경영외적인 외풍도 막아내지 못했다.

우리 대기업이 이제는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어 오너십 위기를 감내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 기업들이 GE의 길을 갈지, 소니의 길을 갈지는 오너십에 달려 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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