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은 또한 유치찬란하면서 원초적이다. 격식을 갖추지 않고 오탈자도 신경 쓰지 않는다. 수질로 치면 3급수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감정을 배설하고 동질감을 찾는 '정서의 정화'가 이뤄진다.
댓글의 백미는 역시 삼성팬과 애플팬간 설전이다. 삼성팬들은 애플과 아이폰 추종자들을 앱등이(애플과 징그러운 벌레 '꼽등이' 합성어)라고 비하하고, 애플팬들은 삼성과 갤럭시 팬들을 '삼엽충'(고생대 절지동물)이라고 비꼰다. 그깟 스마트폰이 뭐라고 만물의 영장이 아메바 수준의 하등동물로 전락했다. 부모의 원수도 아니건만 적개심은 하늘을 찌른다.
삼엽충와 앱등이 둘다 싫다는 제3의 인류마저 등장했다. 삼엽충은 "갤럭시가 최고다", 앱등이는 "아이폰이 최고다"고 억지를 부리지만 제3의 인류는 "아이폰 쓰고 싶다" 또는 "갤럭시 쓰고 싶다"는 이성적인 댓글을 단다는 것이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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