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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불황에 밸런타인 초콜릿 DIY 인파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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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손님, 줄을 서세요. 10분 정도 기다리셔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초콜릿 재료 가게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재료를 구입하겠다는 여성들의 열기가 내리는 눈도 녹여 버릴 기세였다. 점원 한 명이 문 앞에 서서 고객들을 안내하고, 상자나 제품 가격을 문의에 대응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난히 눈발이 굵던 8일, 초콜릿 재료 도매 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중구 주교동의 방산시장을 찾았다. 오는 14일 연인들의 축제인 '밸런타인 데이'를 앞두고 초콜릿 재료를 사러 방산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다.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 때문에 기사거리를 건지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웬걸, 기우였다. 시장 초입에 위치한 가게부터 입구에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8일 방산시장 한 초코렛 재료 가게에서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8일 방산시장 한 초코렛 재료 가게에서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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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줄을 서 입장하니 가게 안에는 초콜릿 재료를 사러 온 여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녹여서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재료인 '커버춰 초코렛'이 종류별로 선반에 놓여 있었고, 아몬드·땅콩 등 초콜릿 꾸밈용 재료와 상자·리본·은박지 등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대학생 진희경씨는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재료를 직접 한 눈에 볼 수 있는 점이 방산시장의 매력"이라며 "오늘은 사람이 몰려 좀 기다려야 했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가게에서 나와 일명 '초코렛 골목'이라고 불리는, 재료상들이 밀집한 골목 쪽으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들어서기도 힘들 정도였다. 일부 가게들은 가게 앞에 매대를 두고 초콜릿 재료를 팔기도 했다. 좁은 시장 골목이 순식간에 사람으로 가득 찼다.

'초코렛 골목'에 몰린 인파들.

'초코렛 골목'에 몰린 인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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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초콜릿을 만드는 틀인 '몰드'가 1000원, 커버춰 초콜릿이 500그램(g)에 단돈 5000원이다. 500그램이면 원형 초콜릿 30개를 만들고도 남는 양이다. 제과점에서 쓰이는 고급 포장용 상자도 2000~3000원이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것저것 첨가물과 장식 등을 고려해도 1만~2만원 사이면 제과점에서 만든 것과 같은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밸런타인 데이에도 '실속'을 찾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방산시장을 찾는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시장을 찾은 이지영씨는 "값도 값이지만 '자기만족' 느낌이 강하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초콜릿을 사서 건네주는 것보다 나만의 선물을 직접 만들어 주고 싶어 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최근 자기주장이 강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직접 만들기(DIY·Do It Yourself)' 열풍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매년 밸런타인 데이 때마다 초콜릿·사탕류의 위생 문제가 불거진 것 역시 한몫했다. 한 재료상은 "많은 손님들이 재료를 사갈 때도 유통기한은 물론 믿을 만한 회사 것인지 꼭 확인한다"며 "수제 초콜릿이 인기를 끄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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