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새벽 5시 기상. 아침 운동 후 가장 먼저 출근해 넓은 책상에 쌓여 있는 보고서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정확한 분석엔 고개를 끄덕이지만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직원을 불러 호되게 지적한다. 미팅 장소에 나갈 땐 언제나 복장은 말쑥한 정장 차림, 환한 미소는 필수다. 가장 먼저 출근했지만 퇴근은 가장 늦다.
최고경영자(CEO)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냉철함과 완벽함이다. 이런 면이 그들의 사생활을 궁금케 한다. 업무 밖 CEO들의 관심사는 어떨까.
이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남에서 생경한 모습을 보였다. 손목에 찬 갤럭시기어로 통화를 하고 있던 것. 그는 "전화도 할 수 있고, 메시지도 확인할 수 있다"며 화면을 이리저리 넘기며 설명했다. 손녀 재롱 보는 재미로 산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이 손주 사랑을 이어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을 통해 딸과 손녀 사진, 동영상 등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62세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전자기기 사용에 능한 이 대표다.
십여년전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드나들다 지인의 소개로 국궁(國弓)을 접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그 후 국궁 마니아가 됐다. 매일 새벽 4시 활을 당기는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평소에도 활터를 찾아 하루 100여 발의 활을 쏜다. 집 뜰에 활터를 마련해 놨으며, 서울 종로구 사직동 인왕산 기슭의 국궁장인 황학정도 자주 찾는다. 집무실 한 켠에 과녁을 만들어 생각날 때마다 활시위를 당길 정도다. 활쏘기를 통해 집중력을 높였다는 김 회장은 직원들이나 외부 손님에게도 활을 선물하며 '국궁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축구에 심취해 TV출연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 로봇청소기 업체 마미로봇의 장승락 대표다. 장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매주 금요일 퇴근 후 전 직원과 함께 축구시합을 한다. 장 대표는 "축구를 통해 직원들 상호간의 소통과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독특하고 유기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번 했다하면 4~5시간은 기본이다. 지난해 한 직원이 KBS 고민 상담 토크쇼에 장 대표의 과한 축구사랑을 제보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CEO들의 남다른 취미생활은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고 업무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