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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잡은 뽀로로·또봇, 韓장난감 산업 살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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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장난감' 하면 열에 일곱은 아마 '레고'를 꼽을 것 같다. 지금의 20~30대가 초등학생 시절이었을 때만 해도 친구는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고 한다. 레고를 가진 친구와 레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친구로 말이다. 레고는 1958년 설립된 덴마크 완구 업체로, 전 세계 130개국에 판매되며 매출액만 수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레고의 인기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 레고의 독보적인 위치가 흔들리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인 영실업에서 만든 장난감 '또봇'이 지난해 레고를 제치고 판매율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마트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또봇은 레고의 최고 인기 품목 '키마'의 매출을 33%나 앞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2003년 '뽀로로'가 레고의 판매율을 넘은지 꼭 10년 만에 다시 벌어진 일"이라며 지난해 장난감 업계 최대 사건으로 평가한다. 수입 장난감의 인기를 넘어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국산 장난감의 비결은 무엇일까.

국내 완구 업계는 선진국의 고급 장난감과 중저가의 중국산 사이에 끼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올 한해 장난감 매출 순위를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를 또봇과 레고 시리즈가 장악하고 있다. 이중 3개가 또봇 시리즈인 반면 나머지 7개는 레고 시리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수입 완구는 국내 완구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다.

수입 완구의 가격은 부모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마텔사의 바비 인형은 국산 미미 인형보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비싸고, 키마 시리즈도 한 세트에 15만원에서 비싼 것은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 단순한 아이 장난감으로 치기엔 경제적 부담이 큰 셈이다. 수입 완구가 이처럼 비싼 이유는 라이선스에 대한 로열티 때문이다. 로열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해당 업체는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제작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만큼 과한 금액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1970~1980년대 우리나라는 전 세계 완구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장난감 산업의 왕국이었다. 도시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맞벌이 가정이 증가했기 때문. 집에 남겨진 어린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당시의 장난감은 주로 소꿉놀이 세트, 딱지, 종이인형, 구슬 등의 값싼 것이었다.

그러다 마징가Z, 우주소년 아톰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큰 인기를 끌자 국내 완구 업체들은 앞 다퉈 일본에서 구해 온 장난감의 카피본을 만들어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업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시장에는 장난감이 넘쳐났고, 판매도 잘 돼 장난감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몇 년 전부터 국산 장난감 산업에 다시 회생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했다. 캐릭터 산업의 발전이 장난감 산업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오공은 우리나라 완구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완구 전문 기업인데, 이 회사는 애니메이션을 자체 제작하는 해외 업체를 벤치마킹해 '탑블레이드' '정의의 용사 카봇'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 방영한 후 동일한 이름의 완구 시리즈를 내놔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1970년대 '로보트 태권브이'가 국산 캐릭터 산업의 효시이자 대표였다면 요즘엔 뽀로로와 로보카폴리, 또봇 등이 새로운 캐릭터 시장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캐릭터 산업 매출액은 약 8조원에 달한다. 여기서 고무적인 것은 국산 캐릭터 점유율은 해마다 늘고 있고, 외국산 캐릭터의 점유율은 줄고 있다는 사실.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를 시작으로 로보카폴리, 또봇, 라바, 코코몽 등의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또봇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로보카폴리 역시 전년 대비 10배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재 국산 캐릭터 관련 제품은 유아용 완구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0년부터 국산 캐릭터 홍보 및 판매 활성화를 위해 '국산 캐릭터 유통 매장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1호점은 부산 해운대 '토이뮤지엄'으로, 개관한지 반년 만에 4만8000여명의 방문자를 맞았다.

이어 부천 만화영상 단지에 'Mon+C'가, 롯데월드와 일산 킨텍스에 '장난감나라'가 문을 열었다. 5호점인 '큐비드(Cuvid)'는 광화문 해치마당에, 6호점 '토캐릭터숍'은 북촌에 마련됐다. 이들 매장에는 뽀로로, 로보카폴리를 비롯해 캐니멀, 깜부, 둘리, 마시마로, 라바, 구름빵, 두리둥실 뭉게공항 등 국내 우수 캐릭터와 신규 캐릭터 상품이 전시 및 판매되고 있다.

국산 완구 업체는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기술 역량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또봇은 이런 약점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품질을 갖추었다는 평가다. 게다가 또봇 시리즈에 등장하는 소방차와 경찰차 등은 외국산 장난감과 달리 아이들이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정서적 친근함을 더해준다.

'장난감 전쟁'이라 불리는 연말 특수 때 보여준 국산 장난감의 선전은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와 품질, 디자인 면에서 한층 진보하는 일류 상품이 더 많이 개발된다면 국산 장난감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전망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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