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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경력 박사급 인재가 '고작' 5급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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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근 실시 5급 공무원 경력 공채에 민간 전문가들 대거 합격...정부 "행정 전문성 제고" 반색..."민간 일자리 그만큼 불안" 씁쓸한 시각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정부가 최근 실시한 5급 공무원 경력 공채에서 다수의 민간인 현장 전문가들이 대거 지원해 합격했다. 정부 입장에선 다양한 경력의 민간 전문가들을 공직에 끌어 들여 행정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경력 공채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됐다는 자평이다. 그러나 민간 분야 일자리 시장의 불안정성 증대로 인해 짧게는 5년 안팎에서 길게는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박사급 이상의 현장 전문가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잘 해봐야 '초급 간부'격이고 급여도 적은 5급 공무원 자리로 옮기는 현실에 대해선 씁쓸하다는 지적도 많다.

안전행정부는 최근 실시한 '2013년도 5급 국가공무원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 결과 총 96명의 합격자가 나왔다고 28일 밝혔다. 최종합격자 96명의 명단은 29일 사이버국가고시센터(www.gosi.go.kr)를 통해 발표된다.
이번 합격자들은 3241명이 지원한 가운데 평균 32.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필기시험-서류전형-면접시험의 총 3단계의 시험을 거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최종합격자 중 여성비율은 46.8%(45명)에 달해 5급 경력 공채가 시작된 2011년(26.9%)보다 20%p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는 "이 제도가 다양한 현장경력을 지닌 전문직 여성의 공직진출에 새로운 등용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합격자들의 평균연령은 35.9세로 합격자 중에는 30대가 75%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40대(21.9%), 20대(3.1%) 순이었다. 평균 경력은 8.2년 정도로, 10년 이상이 31.2%, 5년 이상 10년 미만이 41.7%, 5년 미만이 27.1%로 나타났는데 15년 이상의 경력자도 8명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시험에서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발로 뛰며 일했던 현장의 전문경력자들이 다수 지원해 합격했다. 최고령으로 '화학물질 안전관리' 직무분야에 합격한 강미진(47ㆍ여)씨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취업한 석유화학회사에서 플랜트 설계 검토 등 기술적 전문성을 쌓은 전문가다. 안전공학 석ㆍ박사 학위와 화공안전기술사 자격을 취득해 대학에서 화학공학과 안전공학을 가르치고 있다.
국방정보보호' 직무분야에 합격한 강연경(38ㆍ여) 씨는 1999년부터 SK브로드밴드(舊 하나로통신)에서 근무하면서 정보보호 전문가로 활동해온 15년 경력의 정보보호 전문가다. '함정 특수성능' 직무분야에 합격한 최경신(40ㆍ남) 씨도 선박검사를 대행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에 취업, 선박 설계도면 승인 및 기술용역 관리를 담당해온 '선박의 달인'이다. 해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재들도 많았다.

'기후예측' 직무분야에 합격한 임소영(33ㆍ여)씨는 미국 하와이대학교 국제 태평양 연구센터에서 4년 넘게 전 지구와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의 중장기 변동성 및 예측성, 지구온난화에 따른 전 지구 미래기후 전망 등의 연구를 수행한 실적을 자랑한다. '원자력분야 특허심사' 직무분야에 합격한 윤연숙(41ㆍ여)씨도 핵물리학과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면서 원자핵의 구조를 이해하는 기초과학부터 원자력의 안전성 분석까지 폭넓은 연구경험을 쌓았다. 이밖에 민간기업 법무팀에서 13년간 조달계약 검토 및 법무업무를 담당해온 전문가가 '조달계약 쟁송법무' 직무분야에, 가구와 가전제품 디자이너가 '디자인 심사' 직무분야에 합격했다.

이들 합격자들은 3월말부터 20~30대 새내기 공무원들인 2013년도 5급 공채 합격자들과 교육을 받은 후 실무에 뛰어든다.

이같은 다양한 경력의 민간 현장 전문가들이 대거 5급 공채에 합격하자 정부는 흡족한 표정이다. 민간의 다양한 현장경력을 지닌 인재들을 공직에 유치해 행정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경력 공채 제도의 취지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제도를 여성 전문가를 비롯한 능력 있는 민간경력자의 공직 채용통로로 확고히 정착시켜 정부정책에 다양한 현장경험과 전문성이 충실히 반영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봉사하는 유능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기업ㆍ연구소 등에서 오랜 기간 업적을 쌓아 온 인재들이 초급 간부 수준인 5급 공무원으로 한참 격을 낮춰 취업하는 현실에 대해 씁쓸해 하는 사람도 많다. 한 민간 기업 인사 담당자는 "15년 이상의 전문가 경력이면 5급 공무원이 아니라 훨씬 더 높은 직급으로 취직해도 시원치 않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월급도 훨씬 적고 대우도 초급 간부에 불과한 5급 공무원에 만족해 전직한다는 것은 그만큼 구조조정 등으로 민간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는 현실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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