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 비해 여유로울 것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의 대표는, 온라인이 얼마나 치열한 전쟁터인지 설명해주었습니다. 가격비교가 심해지면서 10원단위의 경쟁이 일어나고 있고, 그래서 거래수수료는 계속 낮아지는 무한경쟁이 시작됐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신생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한 파격적인 가격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어 거래규모는 커져도 이익은 더 박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해외 직접구매에 당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기존의 유통업체들에게는 재앙입니다. 해외에서 정식수입을 해서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전시하고, 재고를 떠안아야 하는 수입업체들에게 직구와의 가격경쟁은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예컨대 올해 광풍이 불었던 고가의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들도 직구열풍이 불었습니다. 백화점에서 이 옷을 사는 사람은 손자 있는 할머니 뿐이더라는 말도 있습니다. 고가 제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리얼 직구도 유행입니다.
제조업체의 고민도 깊어집니다. TV 직구열풍에 호되게 당한 국내 가전사들이 끙끙 앓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베스트바이와 같은 강력한 유통기업이 제조사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사가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제조사가 전 세계 단일가격제도로 직구를 막을 수가 없다는 의미이지요. 어떤 가전업체는 해외구매제품은 애프터서비스를 해주지 않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과연 지속가능한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 유통업만 그렇겠습니까? 이제 경쟁은 점점 다면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국내 동종업체뿐 아니라 해외업체들, 그리고 다른 업종 기업과도 경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디서 새로운 파괴적 혁신이 등장할지 늘 긴장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더욱 편리해지겠지만, 생산자로서 우리는 점점 더 바쁘고 힘든 세상을 살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 한번 내쉬며 빌어봅니다. 새해 우리 모두, 잘 살아내기를.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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