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했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신뢰가 없이는 금융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선진 일류 중앙은행'을 목표로 올 한해 '후생가외(後生可畏)'를 현실화 시키자는 포부를 밝혔다. 젊은 후학들을 두려워할 만하다는 뜻이다. 후진들이 선배들보다 젊고 기력이 좋아, 학문을 닦음에 따라 큰 인물이 될 수 있으므로 가히 두렵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대외환경이 급변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운용과 금융안정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는 필수적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는 그룹의 나침반으로 '등고망원(登高望遠)'과 '여시구진(與時俱進)'을 꼽았다.
등고망원은 '높이 올라서 멀리 봐야한다'는 의미고 여시구진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하나금융그룹의 미래를 항상 가슴에 담아 시대 변화에 맞게 조직문화를 바꾸어 가면서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변화에 맞추어 직원들과 함께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새로운 도약, 버전 3.01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외환은행이 그룹의 한 가족이 됐고, 교포은행 중 유일하게 미국 연방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BNB은행 역시 하나금융그룹의 일원이 돼 그룹의 글로벌 영업기반을 확대했다.
하지만 저성장, 저마진의 금융환경은 그 끝을 알 수 없고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회사가 혁신을 도입하지 못하면 회사의 생존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지난해 이룬 성과를 토대로 올해 또 다른 변화와 빠른 실행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목표를 사자성어에 담았다.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 한해 임직원 모두가 소명의식을 갖고 맡은 일 하나하나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일명경인(一鳴驚人)'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말의 의미는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을 해낸다는 것. 올해 큰 변화와 도약을 준비 중인 농협금융의 각오가 담겨 있다.
농협금융은 1998년 외환위기 때 다른 금융기관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여가며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동안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 결과 금융지주회사 중 여러 면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르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자리에 확고하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도 같은 맥락에서 '중후표산(衆煦漂山)'을 강조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내뿜는 뜨거운 숨결과 기운이 큰 산을 움직인다는 의미다. 농협은행 가족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즐겁고 신나게 일하면서 내뿜은 열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태산을 옮겨 놓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게 올 한해를 만들어 가자는 각오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유교경전인 시경(詩經)에 나오는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을 언급했다.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절반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곧, 무슨 일이든 일이 완전히 끝날 때 까지는 초심의 마음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금융은 숙원인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민영화가 완료되기까지는 아직도 무수한 난관이 예상된다. 그동안 세 차례나 무산되었던 쓰라린 과거를 잊지 말고
올 해는 반드시 민영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두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자는 마음을 담고 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물실호기(勿失好機)'의 우(愚)를 범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민과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유능한 정책금융기관으로 지속성장하겠다는 의미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한해 큰 성과를 거뒀다. 신정부 출범과 함께 경기 부양을 위한 800억원의 추경 예산 확보, 정책금융기관 기능 재정립 방안 및 해외건설ㆍ플랜트 수주 선진화 대책 수립, 그리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과 1300억원의 현금출자 확보 등이다.
또 지난해 말 국회에서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입과 해외시장 진출을 보다 탄력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수출입은행 또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만하지 않고 가야금의 현(絃)을 다시 댕겨 매는 '경장(更張)'의 마음으로, 모두의 힘을 모아 '글로벌 프로젝트 금융의 키 플레이어'를 향해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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