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박종환호(號)를 출범시킨 성남시민프로축구단(가칭)이 우려 속에 첫 발을 내딛는다.
성남시는 2014년도 새롭게 출범하는 시민구단 초대 사령탑에 박종환 전 감독을 선임하고 23일 성남시청에서 임명장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박 감독이 대구FC 초대감독으로 시민구단을 이끈 경험이 있어 새 출발의 적임자로 낙점됐다"며 "일화시절의 영광을 재현해 다시 한 번 3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야심찬 포부와 달리 박 감독의 성남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1983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경험과 K리그에서 남긴 족적을 고려하면 지도력에 대한 논란은 무의미하다. 오랜 '야인(野人)' 생활로 무뎌진 현장감과 젊은 선수단과의 소통이 불안 요소다.
정치적 선택이란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줄곧 제기된 의혹이었다.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을 염두에 두고 친분이 두터운 민주당 소속 유력 국회의원의 추천을 받아 박 감독을 내정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성남시가 지난달 발족한 시민구단 창단 추진위원회 명단에는 기업인과 축구계 관계자를 포함, 박 감독을 지지하는 세력이 다수 포함돼 입김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박 감독을 보좌할 일화 출신의 코칭스태프까지 인선을 마무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초 성남시민구단 초대 사령탑은 안익수 감독 유임이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구단 해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안정적으로 시즌을 마친 성과와 기존 선수단과의 신뢰가 장점으로 꼽혔다. 이달 초에는 이 시장과 단독면담을 갖고 향후 시민구단 운영방안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지를 보냈던 이 시장이 최종 결정 단계에서 돌연 마음을 바꾸자 그 배경에 더욱 의혹이 쏠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축구인은 "성남시가 제시한 명분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며 "기존 시·도민구단 창단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나 얼마만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내년 시즌 성적은 물론 시민구단의 안정적인 정착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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