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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진정한 융합을 꿈꾸는 탄소문화가 시대적 당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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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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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의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대한화학회가 지난 4일 탄소문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교육학계의 원로 정원식 전 국무총리를 포함한 다수의 인문사회학자들이 참석하여 축하를 아끼지 않았던 정말 특별한 행사였다. 이과의 화학회가 문과의 인문사회학자에게 상패와 상금을 수여한 것은 문ㆍ이과 구분이 확실한 우리 사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원로 사회학자 김경동 교수가 탄소문화상 대상을 받았다. 탄소문화상이 처음 제정되었던 작년에는 원로 철학자 박이문 교수가 수상자였다.

67년의 긴 역사를 가진 화학회가 공연히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별난 행사를 개최했던 것은 아니다. 탄소문화 사업은 우리 과학기술계를 대표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화학회가 긴 안목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사회공헌 노력이다. '화학'과 '화학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분열과 갈등의 늪에서 우리 사회를 구해내기 위해 절박하게 필요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의 실질적인 융합을 실천에 옮기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화학회가 단순히 화학분야의 학술활동에만 안주해서는 우리 사회의 전정한 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는 현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탄소문화'는 대한화학회가 독창적으로 제시하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다. 물질의 정체와 변환을 연구하는 중심과학인 화학의 참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다. 화학이 인간을 포함한 생명을 이해하도록 해주었고, 찬란한 인류 문명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는 분명한 역사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런 화학을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진실은 분명하다. 자연에 존재하는 92종의 원소 중에서 탄소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탄소의 화학적 다양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물론 드넓은 우주의 어디에서도 생명의 탄생과 문명의 발전은 불가능했다.

실제로 생명에게 탄소의 화학적 역할은 상상을 넘어선다. '생명의 책'으로 확인된 DNA는 물론이고 모든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영양소의 거의 대부분이 탄소 화합물이다. 자연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찬란한 오색 잔치도 탄소 화합물에서 비롯된다. 심지어 지구를 살아 숨 쉬도록 만들어주는 햇빛에도 불사조(不死鳥)와 같은 탄소의 촉매 역할 때문에 가능해진 핵융합의 흔적이 담겨있다. 외계 생명을 찾는 일도 탄소의 화학적 다양성을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생명은 탄소가 있어서 가능했고, 탄소 덕분이 더욱 신비로워진 것이다.

인류 문명에서 탄소의 역할도 놀랍다. 농경과 목축도 우리에게 필요한 탄소 화합물을 효율적 생산을 위해 농작물과 가축을 활용하는 인공적인 기술일 뿐이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준 에너지와 소재의 활용 기술에서도 대부분 탄소를 이용한다. 미래의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나노기술(NT)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탄소를 포기하자는 저(低)탄소와 탈(脫)탄소는 지구를 살리는 일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고 생존을 지키려는 성스러운 우리 스스로의 노력을 포기하자는 패배적이고 파괴적인 주장이다.
결국 탄소문화는 탄소가 생명의 근원이고, 문명의 핵심이라는 분명한 현실 인식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탄소의 과학'인 화학의 발전과 인간의 존재 의미를 파악하려는 인문사회학과의 융합은 시대적 당위다. 그렇다고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무작정 합쳐버릴 수는 없다. 오히려 인문사회학이 현대 과학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는 나루터를 찾아가는 문진(問津)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탄소문화상 대상은 그런 문진의 자세를 직접 실천하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사회학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과학적 합리성을 정착시킨 김경동 교수와 과학적 합리주의를 근거로 하는 생태학적 세계관을 강조한 박이문 교수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바로 그 시작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ㆍ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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