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과중한 업무부담 밝혀진 직후 '일 더하라'…"행복배달 빨간자전거 사업 철회해야"
집배원들의 과중한 업무부담은 지난 2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집배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일반 노동자 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인 42.7시간에 비해 20시간이나 웃도는 64.6시간에 달한다는 조사결과였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실태가 공개되자 집배원들의 업무부담 경감과 근로시간 단축 등 근무 여건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3일 성명을 내고 "집배원의 사고 및 사망재해,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수립에 적극 임하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정부가 "우편집배원들에게 일을 더 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와 안전행정부는 3일 의식을 잃은 할머니에게 집배원이 심폐소생술을 해준 사례 등을 내세우며 전국 1만6000여명의 집배원을 활용, 농어촌 주민들을 위해 민원ㆍ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행복배달 빨간 자전거'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작업 특징상 가가 호호 방문하는 집배원들에게 독거 노인 등 취약계층의 생활 실태 파악, 재해 및 범죄 예방 등의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배원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다. 안 그래도 과중한 업무부담에 힘든 상황인데 근로 여건 개선은커녕 '가욋일'까지 맡기려 하냐는 것이다. 또 평상시에도 '마음씨 착한' 집배원들이 실천하고 있는 선행을 정부의 치적으로 삼기 위해 겉으로만 포장을 그럴싸하게 해서 '생색'을 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안 그래도 엄청난 초과 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에게 이런 일들을 더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집배원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구축에 신경을 쓰지 않는 정부가 인건비 하나 안 들이고 생색내기 딱 좋은 정책으로 집배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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