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형마트 문제는 아무도 풀지 못하는 숙제다. 국회에서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며 여러가지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신간 '지역경제와 대형마트'에서 소개된 주요 사례는 주로 미국 내 최대 체인점인 '월마트'다. 우리보다 먼저 '대형마트 시대'를 열었던 미국의 상황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 역시 대형 유통업체의 확산으로 지역사회가 황폐화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본 유통경제대학교의 하라다 히데오 교수가 10년이 넘게 미국 대형마트 문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하라다 교수는 과연 저가 제품이 득실거리는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월마트가 한 지역에 진출하면 해당 지역 및 인근 지역의 물가가 싸질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저가 중국 제조품의 대량 유통은 미국 제조업의 도산이나 노동자 해고를 수반하기 때문에 미국 내 노동자와 기업의 희생이 필수적이다. 결국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력은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 마트의 비윤리적 경영도 문제다. 최근 수년간 미국 내 월마트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 노동관행의 고발은 100여건 이상이다. 월마트사의 노동법 위반은 조합을 결성하고자 한 사람에 대한 위법적인 해고, 불만이 있는 종업원에 대한 불법 감시, 위협, 협박 등이 있었다. 또 종업원들은 월마트에서만 받은 임금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해낼 수가 없어서 국가에서 지원하는 저소득자용 식료비 보조나 공적의료비 보조 등에 의존하게 됐다. 월마트가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와 대형마트 / 하라다 히데오 지음 / 김영기 김승희 강성한 옮김 / 한울 / 4만4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