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도식 벗어나 동일 직업 內서도 차별 존재…시간제일자리 도입으로 격차 확대 우려
김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운영위에서 국회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청소노동자가 무기계약직이 되면 툭하면 파업에 들어갈 텐데 어떻게 하겠냐"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국회 청소노동자의 직접고용과 관련한 파문이 커지자 "이 양반들(청소용역 노동자)이 지금 비정규직이 아니에요. 아웃소싱하는 회사의 정직원이라는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국회 비정규직 문제를 조사하다 보니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병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계약에 따라 국회 사무처에서 노동자 교체를 요구하면 이들은 자동해고, 여성의 경우는 야간근로를 거절할 수 없다. 노동 3권을 행사하면 도급계약이 해지돼 노동자들도 무조건 해고된다. 이들은 2011년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박사급 연구인력과 조사업무 담당 계약직, 기간제근로자 등을 부러워하고 있다.
직종 간, 직업 간의 격차가 '직업 내 격차'로 전이되고 서열화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규직-비정규직, 화이트칼라-블루칼라, 고소득 전문직종-저임금 일용직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산업 및 고용구조, 인구, 정책 등의 변화와 고학력자의 증가, 고용시장에서의 수급 불균형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법조인 양성정책에 따라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의 위상도 천차만별이다. 로스쿨과 사법연수원 출신이 다르고 로스쿨 출신 중에서도 대형로펌에서 월 1000만원 안팎을 버는 법조인이 있는 반면 개인법률사무소나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계약직으로 월 300만원을 받는 법조인도 있다. 선배들은 정부기관에 5급 사무관으로 채용됐지만 이제는 6급, 7급 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다.
박근혜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도입한 시간제 일자리는 직업 내 격차를 더욱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간제 일자리는 정규직이면서 일하는 시간만 단축된 형태의 일자리다. 민주노총과 비정규직노조들은 1·2년 단위의 임시직,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매우 낮은, 질 낮은 일자리라면서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하루 4시간 자유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교사를 두고 교육현장에서는 "정규직인 전일제 교사와 시간제 교사, 비정규직인 기간제교사-영어회화전문강사-스포츠전문강사 등의 교사의 서열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고용체제는 전체적으로 일자리의 양이 늘어나는 가운데 평균적 수준이 상향 이동돼야 한다고 말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27일 한경련 주최 토론회에서 "합리적 수준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보장하고 생산성과 능력에 맞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불합리한 차별은 금지하되 합리적인 차이는 인정하는 성장친화적, 갈등해소형 노동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소장 박주현)는 '박근혜표 시간제 일자리, 청년·여성에게 독약'이라는 보고서에서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4개의 계급을 가진 퇴행적인 계급제도라면 한국의 정규직, 비정규직은 2개의 계급을 가진 퇴행적인 계급제도"라면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정책을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또 다른 새로운 하층 계급을 만들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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