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취급한다며 비난 받았지만 의료기반 마련위한 과정
[아시아경제 김인원 기자] "처음엔 '게임이 마약이냐'며 반발하는 사람들한테서 욕 많이 먹었어요. 이제는 사람들이 점점 '중독'이라는 현상에 관심을 갖는 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성숙한다고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욕을 들었다고 생각하면 하나도 아까운 게 없죠."
사실 그의 법안은 게임 산업을 규제하는 법이 아니다. 게임, 도박, 마약, 알코올 등에 따른 중독 현상을 사전에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보건의료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법이다. 이 법을 두고 신 의원과 논쟁을 벌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신 의원도 억울할 것 같다. 신 의원 법안을 규제법이라고 하긴 곤란하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소아 발달장애와 영유아 신경장애 분야에서 권위 있는 의사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의 정신치료 담당 주치의를 맡기도 했다. 게임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수백명의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이번 법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의 고민은 '무엇을 규제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중독을 예방하고 제대로 치료할 것이냐'다.
그는 "지금까지는 합리적 수준에서 예방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뒀다가 상황이 심각해지면 '하지마'식의 규제만 해왔다"며 "중독현상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고 교육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생기면 오히려 게임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비디오증후군'을 게임중독과 비슷한 사례로 꼽았다. 그는 "두 돌도 안 지난 아이에게 영어교육을 한다면서 영어비디오테이프를 하루 6시간 이상 보여주면 아이의 언어발달과 사회성 발달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이건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지 비디오테이프 자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게임 역시 콘텐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를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게임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는 신 의원 얼굴은 자신감으로 차있었다.
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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