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 '이대호와 오릭스의 동상이몽'에 이어 계속
소프트뱅크의 사정은 조금 더 절박하다. 선수단은 시즌막판 세이부 라이온즈와 지바롯데 마린스에 추월을 허용, 4위에 머물렀다. 구단은 바로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선언했다. 그들은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외국인선수의 부진을 꼽고 있다. 실제로 중심타선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윌리 모 페냐는 타율 0.233 1홈런 OPS 0.628을 남기는데 그쳤다. 브라이언 라헤어 역시 16개의 홈런을 때렸으나 타율과 OPS가 각각 0.230과 0.734밖에 되지 않았다. 홈구장인 야후 오크 돔이 삿포로 돔, 나고야 돔과 함께 대표적인 투수친화구장인 점을 감안해도 무척 참담한 성적이다.
소트프뱅크는 홈구장의 여건을 고려, 그동안 많은 거포를 영입했다. 기대치를 채운 타자는 거의 없었다. 역대 한 시즌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소속 외국인타자는 2005년 훌리오 술래타로 29개였다. 소프트뱅크는 거포 영입에 외국인선수만을 고려하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 트레이드 등 다양한 경로를 활용했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OPS 히터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10년 겨울 데려온 우치가와 세이이치가 대표적이다. 지난 3년 동안 0.856(2011), 0.734(2012), 0.876(2013)의 OPS를 차례로 남겼다.
지난 16일 다수 일본 매체들은 소프트뱅크가 본사에서 지원을 받을 경우 4년간 18억 엔에 이대호를 영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거포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그들은 다시 OPS 히터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대호는 빅리그 갈 수 있나
이대호의 새 둥지는 일본이 아닌 미국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노릴 수 있는 조건을 글쓴이는 2~3년 계약에 300만~600만 달러의 연봉으로 내다본다. 빅리그 입성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맞은 리그 ▲올겨울 FA 시장에 나올 오른손 1루수와 지명타자 후보들의 수준이 비교적 낮다는 점 ▲일본리그에서 검증된 선수에 대한 빅리그 구단들의 높은 신뢰 등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팀의 간판급 선수를 FA로 풀리기 전 연장계약으로 잡아둔다. 그 탓에 FA 시장에 특급선수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어느덧 준척급 선수들에게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될 정도. 더 이상 스토브리그의 꽃이 아닌 FA 시장이라지만 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할 정도는 된다. 특히 1루수와 지명타자는 여느 때처럼 공격력 보강이 시급한 구단들의 주요 목표물이다. 하지만 올해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의 면모는 조금 떨어진다. 그 핵심 4인방은 다음과 같다.
마이크 나폴리(보스턴 레드삭스, 타율 0.259 23홈런 OPS 0.842 bWAR 4.1)
케빈 유킬리스(뉴욕 양키스, 타율 0.219 2홈런 OPS 0.648 bWR -0.2)
마이크 모스(볼티모어 오리올스, 타율 0.215 13홈런 OPS 0.651 bWAR -1.8)
마크 레이놀즈(뉴욕 양키스, 타율 0.220 21홈런 OPS 0.699 bWAR -0.3)
* bWAR=베이스볼레퍼런스닷컴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
나폴리는 보스턴과 3년간 39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으나 메디컬테스트에서 고관절 무혈성 괴사가 발견돼 1년 500만 달러(옵션 800만 달러) 계약을 맺는데 머물렀다. 올해 활약은 온갖 우려와 거리가 멀었다. 옵션요건을 모두 채우며 1300만 달러를 모두 수령했다. FA를 앞둔 그는 보스턴에 3년 연장계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은 어떻게든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눈독을 들이는 구단은 많지만 최근 보스턴이 그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1라운드 픽(승률 하위 10개 구단은 2라운드 픽)을 잃으면서까지 나폴리를 영입할 구단은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이 경우 보스턴은 1년 1410만 달러의 헐값(?)에 그를 묶어둘 수 있다.
유킬리스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 연속 0.800 이상의 OPS를 남겼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성적은 하향세로 돌아섰다. 혹자들은 바비 발렌타인 감독과의 불화를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유킬리스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이적 뒤에도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양키스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1년 1200만 달러를 받으며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상으로 28경기를 소화하는데 머물렀다. 유킬리스는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5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몸 상태 회복에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모스는 수비에서의 약점 탓에 그동안 1루수, 외야수를 전전했다. 2011년 그는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는 듯했다. 타율 0.303 31홈런 95타점 OPS 0.910 bWAR 3.4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워싱턴은 2년간 1050만 달러의 연장계약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모스는 또 다시 수비에 발목을 잡혔고, 지명타자 제도를 적용하는 아메리칸리그로 넘어갔다. 시애틀과 볼티모어에서 2011년의 활약은 재현되지 않았다. 현재 그에게 중요한 건 주전 자리 보장이다.
레이놀즈는 어떤 팀에서든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타자다. 화려한 기록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있다. 200개 이상의 삼진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구단들은 그를 왼손 선발투수가 나올 때만 기용하는 플래툰 타자로 인식하고 있다. 타자친화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구단에게 레이놀즈는 충분한 영입 고려 대상이다. 문제는 돈이다. 플래툰 타자에게 500만 달러를 쏟을 구단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다소 침체된 시장에서 최근 쿠바 국가대표 4번 타자 출신의 호세 아브레이유(시카고 화이트삭스)는 6년 6800만 달러의 잭팟을 터트렸다. 1루수 영입에 관심을 가진 구단이 여전히 많다고 할 수 있다. 적잖은 구단들은 이에 연봉으로 500만 달러 정도를 쓰고 싶어 한다. 이상적인 계약 기간으로는 2년을 생각한다. 이대호가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로 떠오를 수 있는 환경이다.
③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