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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페이스]이란 여배우 골시프테 파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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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이란의 김태희'로 불리는 유명 여배우 골시프테 파라하니(30·사진)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거주한다. 그는 부모가 계신 고국 이란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갈 수 없다. 이란 여권이 이미 만료됐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 정부에서 발급한 임시 신분증을 갖고 다닌다.

파라하니가 난민 아닌 난민 신세로 전락한 것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인정받은 뒤다. 그는 200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러셀 크로 같은 유명 배우들과 함께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 스타로 떠올랐다. '바디 오브 라이즈'로 미 상업 영화에 처음 출연한 이란 여배우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러나 파라하니는 할리우드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일시 출국 금지 명령을 받았다. 미 판타지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2010년 개봉) 촬영차 2008년 8월 출국하려던 그는 공항 출입국관리소에 여권을 빼앗기고 출국이 저지됐다.

결국 파라하니는 '페르시아의 왕자'를 포기해야 했다. 이때부터 악몽은 시작됐다. 이후 이란 정부는 사복경찰까지 동원해 파라하니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다. 그에 대한 정부의 조사는 7개월 넘게 계속됐다.

그러나 정부의 탄압도 영화에 대한 파라하니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이란 출신 감독 아슈가르 파르하디가 만든 '어바웃 엘리'에서 파라하니는 명예·윤리·종교 가치의 충돌로 혼란스러워하는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다. '어바웃 엘리'가 2009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게 되면서 파라하니는 당당히 레드 카펫 위에 섰다.
파라하니는 연극 감독이자 배우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배우를 꿈꿨다. 일찌감치 아역 배우로 나선 파라하니는 14세에 영화 '페어 트리'로 이란 파지르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여우상을 받았다. 그러나 가족은 파라하니가 배우가 아닌 음악인이 되길 바랐다. 특히 아버지는 파라하니의 연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파라하니는 배우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음악 공부를 하던 그는 17세에 돌연 귀국해 부모에게 배우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파라하니는 올해 개봉한 '어떤 여인의 고백'으로 영화계를 다시 들썩이게 만들었다. '어떤 여인의 고백'에서 파라하니는 전쟁으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에게 혼자 얘기하는 처량한 아내 역을 맡았다. '어떤 여인의 고백'은 파라하니의 독백으로 구성된 한 편의 모노드라마다. 그는 이 영화에서 특유의 아름다움과 농익은 연기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초 파라하니는 이란 정부로부터 영구 입국금지 통보를 받았다. 프랑스 패션잡지 '르 피가로 마담'에 실린 그의 상반신 누드 사진이 빌미가 됐다.

파라하니는 자신이 해외에서 이란 반체제 인사로 비춰지는 게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란이 좀 더 개방적인 사회가 되길 바란다.

파하라하니는 앞으로도 자기가 이란에서 거주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 번 뿌리 뽑힌 나무를 다시 심기란 어렵다"며 "앞으로 이란에서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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