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 'AL 사이영상 유력 후보는?'에 이어 계속
먼저 이와쿠마를 살펴보자. 33경기에 선발 등판해 219.2이닝을 던지며 14승 6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이와쿠마는 일본프로야구(NPB) 시절 빼어난 기량에도 부상이 잦단 지적을 받았다. 시애틀은 그런 그에게 당초 많은 걸 기대하지 않았다. 지난해 연봉 150만 달러의 1년 계약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중간계투요원으로 출발한 이와쿠마는 지난 시즌을 2선발로 마감했다. 올해는 에이스 에르난데스를 무색케 하는 역투를 거듭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이 있다. 평균자책점(ERA)을 기반으로 한 베이스볼레퍼런스닷컴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bWAR)와 수비도움배제 평균자책점(FIP)을 바탕으로 한 팬그래프닷컴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fWAR)이 가리키는 가치가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이와쿠마는 빅리그에서 유일하게 7점대의 bWAR(7.0)을 남겼다. 이는 지난 5년간의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들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수치다.
2008년 클리프 리(클래블랜드 인디언스, 현 필라델피아 필리스) 6.9
2009년 잭 그레인키(캔자스시티 로열스, 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10.4
2010년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7.1
2011년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8.4
2012년 데이비드 프라이스(탬파베이 레이스) 6.9
14승에 그쳤단 점이 걸림돌이지만 투표인단이 bWAR을 중시한다면 3년 전 팀 동료 에르난데스의 영광을 충분히 재현할만하다. 당시 에르난데스는 13승에 그치고도 빼어난 세부 성적으로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와쿠마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있다. 타구 운이 비정상적으로 좋았단 사실이다.
인플레이된 타구의 안타 확률(BABIP),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LD%), 잔루처리율(LOB%) 등은 타구 운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이와쿠마는 0.252의 BABIP와 17.6%의 LD%, 81.9%의 LOB%를 남겼다. 올해 빅리그 평균 BABIP는 0.294다. LD%와 LOB%는 각각 21.2%와 73.5%다. 이와쿠마의 기록은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상위권에 해당한다. 특히 BABIP는 6위로 1위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말린스, 0.240)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LD%도 1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내셔널스, 17.5%)와 박빙이다. LOB% 역시 1위 다르빗슈(텍사스, 83.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더구나 이와쿠마는 팻코파크, 말린스파크, AT&T 파크 등과 더불어 홈런이 나오기 힘든 세이프코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11.8%의 플라이볼당 홈런허용비율(HR/FB)을 남겼다. 규정이닝을 채운 81명의 투수 가운데 59위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투표인단은 타구 운이 좋아 출루 허용 시 어렵게 위기를 모면한 비율이 높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투수친화구장 덕에 다소 높은 장타허용비율의 문제가 최소화됐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와쿠마가 남긴 4.2의 fWAR은 형편없는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사이영상 수상자로서는 충분히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투수의 능력을 판단할 때 가장 큰 기준은 평균자책점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점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불펜투수의 경우는 예외다. 이닝 수가 적은데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점수를 내줄 수 있다. 평균자책점만으로 능력을 판단하는데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른다. 선발투수는 다르다. 200이닝 가량을 소화하고도 낮은 수치를 남겼다면 빼어난 기량을 보유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투표인단의 성향은 어떨까. 대부분은 세이버매트릭스 스탯에 무게를 많이 둔다. 다른 세 명의 경쟁자들은 클래식 스탯과 세이버매트릭스 스탯 모두에서 강점을 보인다. 이를 감안할 때 이와쿠마는 1위 표보다 2위 표를 많이 끌어올 가능성이 높다.
다르빗슈의 올 시즌은 어땠을까. 글쓴이는 소기의 성과와 적잖은 아쉬움이 교차했다고 본다. 32경기에서 209.2이닝을 던지며 남긴 성적은 13승 9패 평균자책점 2.83 탈삼진 277개다. 다르빗슈는 역대 50경기 이상 선발 출장해 324이닝 이상을 소화한 텍사스 투수 가운데 세 번째로 평균자책점(3.34)이 낮다. 이 때문에 지역 매체들은 벌써부터 그를 놀란 라이언, 케빈 브라운에 이은 구단의 세 번째 에이스라 일컫는다. 사실 가장 돋보이는 건 탈삼진이다. 지난 2년간 498개를 솎아냈는데 데뷔 뒤 2년 동안 그보다 많은 삼진을 잡은 투수는 드와이트 구든(1984-1985년, 544개)이 유일하다.
올 시즌 구위는 빅리그 선발투수 가운데 최고였다. 배트에 공이 맞은 비율(Contact%)이 70.3%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특유 변화구의 움직임과 영리한 수 싸움 덕이었다. 배트에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공이 맞은 비율은 83.2%였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6위였다. 다르빗슈는 스트라이크 가운데 헛스윙을 이끌어낸 비율(SwStr%)에서도 12.6%로 규정이닝을 던진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남겼다. 그의 변화구 8개 가운데 10% 이상의 헛스윙비율(Whiff%)을 기록한 구종은 커브(23.75%), 슬라이더(18.25%), 스플리터(16.67%), 슬로커브(15.38%) 등 4개나 됐다. 포심 패스트볼도 9.68%로 위력적인 편에 속했다. 다르빗슈는 위기관리도 돋보였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83.9%의 잔루처리율(LOB%)을 남겼다.
문제는 볼넷이다. 9이닝당 볼넷 허용(BB/9)을 지난 시즌 4.19에서 3.43로 줄였지만 스스로 불만족스러워한다. 사실 글쓴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빅리그 타자들이 공을 배트에 맞추는 것조차 버거워하는데도 볼넷을 허용하거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려 적잖게 투구 수를 낭비했다. 문제는 지난 시즌처럼 포심패스트볼의 제구에 있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60.4%에 그쳤다. 다르빗슈는 포심 외에도 투심패스트볼, 커터 등 직구 계열의 공에서 전반적으로 불안을 노출했다. 이를 파악한 타자들은 빠른 볼카운트에서 곧잘 직구를 게스히팅, 총 18개의 홈런(포심 10개, 커터 6개, 투심 2개)을 쏘아 올렸다. 이와 달리 슬라이더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자신의 구종 가운데 가장 많은 1290개를 던졌는데 피안타율이 0.145에 불과했다. 피OPS도 0.432에 그쳤다. 반면 삼진을 178차례 잡았다. 물론 6개의 홈런을 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르빗슈는 올 시즌 전반적으로 한 차원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불안정한 직구 커맨드에도 변화구의 위력과 특유 위기관리를 앞세워 2점대의 평균자책점과 300개에 육박하는 탈삼진을 잡았다. 한여름 40도 이상의 무더위가 밀려드는 레인저스볼파크를 홈으로 사용한단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성적. 하지만 텍사스 구단 최초의 사이영상 수상자로는 아직 2%가 부족해 보인다. 직구 커맨드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 투표에선 이와쿠마와 함께 투표인단의 2위 표를 양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③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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