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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 미 허 스토리'-'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여성주의 전시회 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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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의 '스퀴즈(Squeeze)'. 비디오 설치작품. 20분. 2010년. 아르헨티나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의 '스퀴즈(Squeeze)'. 비디오 설치작품. 20분. 2010년.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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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여성'을 주제로 한 두 개의 전시가 눈길을 끌고 있다. 다큐멘터리, 자전적 경험, 소설, 영화, 신화 등을 근거로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여성의 삶과 이야기를 다루는 국제 기획전, 그리고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윤석남 작가(74ㆍ여)의 신작전이다.

니콜라 코스탄티노(Nicola Costantino)의 '트레일러(Trailer)', 비디오, 3분, 2010년.(아르헨티나)

니콜라 코스탄티노(Nicola Costantino)의 '트레일러(Trailer)', 비디오, 3분, 2010년.(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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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야기를 내게 말해줘'= '텔 미 허 스토리(Tell me her story)'로 명명한 이 전시는 서울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개최됐다. 한국, 남미, 동유럽 등 비서구 여성작가들이 여럿 참여했다. 글로벌 시대 여성의 노동과 이주의 문제부터 한국 근현대사 과정에서 침묵을 강요당한 위안부, 기지촌 여성, 해외 입양아를 중심으로 한 여성의 역사, 여성 대 여성ㆍ여성 대 남성ㆍ여성 대 사회라는 구조에서 점철된 갈등과 분열, 그리고 사랑과 모성 등 다중적인 감정이 작품 속에 그려져 있다. 사진, 영상,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비디오 작업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총 20여점이 출품됐다.
아르헨티나 미카 로텐버그는 여성 노동의 문제를 신체 퍼포먼스와 설치, 영상이 혼용된 독특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최근 이스탄불 비엔날레엣 선보였던 작품 '스퀴즈(Squeeze)'가 등장한다. 값싼 아시아 여성의 노동력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생산품이 만들어지는 글로벌 아웃소싱 과정을 보여준다. 미국 아리조나의 농장에서 양상추를 수확하고 인도 카레라 농장에서는 라텍스를 생산하는 여성들의 노동이 좁은 시멘트 건물 안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마사지 노동과 연결돼 있는 모습을 초현실적으로 풀어냈다.

같은 국적의 니콜라 코스탄티노는 베니스 비엔날레 아르헨티나관 국가관 작가로, 이번에 2010년 '트레일러'란 작품을 내놨다. 이 영상작품에선 작가가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임신사실을 알고 난 후 정교한 오브제로 자신의 분신 '도플갱어'를 복제한다. 임신과 출산의 전 과정에서 도플갱어는 주인공이 의지하는 대상이지만, 출산 이후에는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주인공은 결국 스스로 분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도플갱어는 분열된 자아의 상징이자, 사랑과 미움의 양가감정을 상징한다.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여성, 고아, 그리고 호랑이', 비디오, 75분, 2010년. (덴마크)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여성, 고아, 그리고 호랑이', 비디오, 75분, 2010년.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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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진 카이젠은 '여성, 고아, 그리고 호랑이'라는 영상작품을 선보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이 여성작가는 위안부, 기지촌 여성, 해외 입양아를 중심으로 어두운 한국 근현대과정에서 침묵당한 여성의 역사를 복원하고자 이 작품을 만들었다. 정은영 작가는 한국 여성주의 미디어 아티스트로, 2008년부터 '여성국극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분장의 시간'이나 '뜻밖의 응답' 등 영상작품은 여자 배우가 남자 역을 하기 위해 스스로 얼굴을 가장하는 모습, 춤과 제스처를 통해 여성적이고 작은 몸이 어떻게 남자로 변모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이란 작가 쉬린 네샤트는 '여자들만의 세상'이라는 장편영화를 통해 1953년 이란 쿠데타를 배경으로 한 4명의 여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삶과 정치의 관계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양은희 미술학 박사는 "'여성의 스토리 (her story)'는 작가가 발굴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여성의 역사이며 시각적 스펙트럼과 표현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 1970년대 페미니즘의 대두 이후 다뤄왔던 자아성찰과 탐험, 위대한 여성, 가부장제의 희생양, 모계사회의 염원 등의 주제를 유사하게 반복하고 있다"며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는 낡고 해졌지만 그 기표 뒤의 기의는 계속 여성작가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며 언제라도 적절한 형태를 찾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14일까지. 문의 코리아나미술관 02-547-9177.
 
윤석남 작가의 '너와 25. 우연이 아닙니다. 필연입니다.'

윤석남 작가의 '너와 25. 우연이 아닙니다. 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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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 모성, 강인함,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온 윤석남 작가가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붙여 부르면서 인위적인 의미가 규정되고 분류되는 현실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됐다. 자연을 훼손시키는 인간의 행동을 환기시키는 '그린 룸', 죽은 자들을 애도함과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억제했던 어머니에 대한 추모를 표현한 '화이트 룸' 그리고 '너와 작업' 등 세 가지 설치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너와 작업'은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화전민들이 구하기 힘든 기와 대신 지붕으로 썼던 너와의 널판 40여개에 인물들을 그려낸 것들이다. 오는 11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 문의 02-720-1524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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