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규제 올가미? '게임=사회악' 발언에 업계 긴장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게임을 척결해야 할 '사회악'으로 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 등과 같은 수준으로 죄악시하며 국가가 집중 관리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법안도 논의될 전망이어서 게임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에서 "이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해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을 척결해야 할 사회악으로 공표하며 당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이다.

그는 복지부의 통계를 제시하며 "현재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4대 중독환자는 각각 알코올 218만명, 인터넷 게임 47만명, 도박 59만명, 마약 9만명으로 국내인구 중 6.7%인 333만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게임이 '묻지마 호기심 살인'에 영향을 줬다고 언급한 대목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최근 게임에서처럼 그냥 죽여보고 싶었다는 묻지마 호기심 살인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심지어 한 중학생은 컴퓨터게임을 하는 것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고 했다.

산업계는 황 대표의 발언을 두고 신중치 못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게임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확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게임을 마약, 도박과 같은 수준에서 죄악시하며 사실상 게임산업 전체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게임업계로 화살이 돌아온다"며 "이번 황 대표의 발언도 극단적인 사건사고 원인을 게임에서 찾는 데 따른 오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당 최고의원이 당 차원에서 게임 규제 법안 마련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의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초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과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한 바 있어 고강도 규제안들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언으로 게임에 대한 사회 저변의 인식이 좋지 않아질 것이 우려된다"며 "웹보드게임 규제안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 올가미가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