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당시 지난 1986년 지구레코드에 넘겼던 '창밖의 여자' 등 31곡에 대한 저작권 논란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저작권이란 새로운 이슈에 생소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조용필조차 "나는 음악하는 사람일뿐, 예나 지금이나 저작권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말할 지경이다. 그만큼 저작권 분쟁은 내용이 복잡한 데다 판례들도 많지 않아 법률가들도 다루기 어려운 분야다.
몇년전만 해도 유명시인의 시 한편을 그대로 인용해 다른 책에 실어도 큰 문제가 없었다. 가수가 자신의 콘서트에서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거나 대학생들이 학교 앞 복사가게에서 줄을 서서 학자들의 논문을 복사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러나 지금 이런 행위는 범법이다. 심하게는 도적질로 여기고,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창작물이나 저술에는 저작권이 있어서다. 가수의 안무에도 저작권이 존재한다. 가수 싸이가 일명 '시건방춤'의 안무저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한 것이 한 예다. 경우에 따라서 표절이나 패러디도 범법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만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저작권 전문가로 잘 알려진 윌리엄 패트리는 이런 변화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패트리는 '저작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저술에서 저작권법의 '불편한 진실'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저자는 저작권 보호 논리에는 수많은 이권이 개입해 있다고 설파한다. 이어 서양의 저작권법은 18세기 시장과 기술 상황에서 생겨난 것으로 당시의 관련 법은 희소성을 원칙으로 생성됐다고 주장한다. 이제 법과 현실 사이에 모순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즉 인터넷과 디지털 장치에 의해 새로 조성된 시장에서는 진입장벽도 낮고 생산, 유통비용도 떨어지므로 아날로그 시절의 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여기에는 저작권자가 더 많은 이권을 챙기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같은 저자의 태도에 수많은 저작권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당장 법을 뜯어고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저작권의 문제를 인식한 사람이 올바른 방향으로 틀어진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데 동참해야한다는 의견으로 비친다. 그러면서도 그의 경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보조를 같이 할 수 없는 법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저작권법을 바꾸지 않는다면 광범위한 불복종이 일어날 것이다. 인구의 많은 부분을 도둑이나 범죄자로 모는 것은 그 법체계가 실패했다는 확실한 사인이다."(본문 중 일부)
<'저작권, 무엇이 문제인가'/윌리엄 패트리 지음/임원선 옮김/한울 아카데미 출간/값 2만8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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