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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과학기술인 최고의 보상은 '일하는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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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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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다가온 '100세 장수시대'는 환희와 흥분보다는 준비되지 못한 우리 모두를 당혹하게 만든다. 준비 없이 성큼 다가온 긴 노후에 무엇을 어찌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쳐 주는 이도 없다. 의미 있게 삶을 누리면서 장수하는 사람의 비중이 10%도 안 될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오죽하면 '재수 없으면 오래 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릴까. 보람과 행복이 함께하는 노후를 보장하는 청사진을 그려 나가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인의 예우와 복지에 관한 법률안을 손질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연구가 막바지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위상을 제고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안을 찾아 실행함으로써 과학기술인들의 보람과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수한 미래 동량들이 보다 많이 과학기술계에 진출했으면 하는 정책적 바람이 녹아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혹자는 '우수 인재가 반드시 과학기술인이 되어야 하는 법이 있는가?' '타 분야에 진출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도 보람 있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인이라는 직업은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의사, 법조인, 경영인, 공직자들보다 더 많은 창의력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우수한 인재가 더 많이 필요한 분야도 바로 과학기술 분야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바로 공학자, 과학자, 기술자라는 직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과학기술인에게 치명적인 어려움이 있다. 학업을 통해 직업인으로 자리 잡기까지 어렵고 까다로운 수학, 물리학, 화학 등 기본 학문을 공부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평생을 공부해야 스스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모든 직업이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라 하지만 특히 첨단 과학기술영역은 나날이 급변하고 있어 잠시 한눈팔다가는 바로 낙오되기 십상이어서 더더욱 기피하는 직업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이 어렵고 열악한 직업환경이 바로 최근 10년간 확산돼 이제는 정착 단계에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의 근본 원인이라고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이의 해소를 위해 무엇보다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것만이 근원적인 해결책이며 이를 위해 정부도 과학기술인에 대한 예우와 복지체계 확충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예우와 복지의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이다. 얼마 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연구에 따르면 과학기술인의 보상체계 중 금전적 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6% 수준으로 전체의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쾌적한 연구환경, 과학자로서 누리는 사회적 대접, 직업의 안정성 등이 나머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즉, 과학기술인들이 바라는 복지의 개념은 금전적 보상이라기보단 일에 대한 보람, 자긍심, 사회적 존경 등인 것이다. 따라서 은퇴 후 복지설계의 초점은 이들의 전문성을 살려 사회에 봉사할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일하는 복지'인 셈이다.

나의 부모나 친척이 행복하고 보람 있는 과학기술인의 노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 역시 이들의 뒤를 밟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그렇다면 방법은 기성세대 과학기술인에게 행복, 보람, 긍지,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따라오게 돼 있다. 여기에서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현직에 있는 과학기술인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우대해 이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은퇴한 고경력 과학기술인에 대한 일하는 복지를 확충하는 것이 과학기술 입국(立國)으로 가는 길이다.

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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