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 리더도 이렇게 드물지만 더욱 희소한 분야는 바로 비즈니스의 세계다. 대기업의 여성 최고경영자(CEO), 또는 여성 임원의 숫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희소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장기업 여성 CEO는 0.7%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오너 가족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10대 그룹 계열사의 경우 여성 직원이 20%에 이르는 반면 여성 임원은 1.48%로 매우 적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성 임원이 마케팅 분야에 포진하고 있어 CEO로의 승진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예측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 여성 리더가 여전히 희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분류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교육 수준 등이 낮기 때문이라는 휴먼캐피털론, 여성 고유의 기질이 CEO로서 적합성이 낮다는 성별특성이론, 남성 중심적 문화가 강한 기업에서 여성이 불리하다는 조직요인이론 등이 있다. 대인관계요인론, 일ㆍ가정의 균형을 추구하는 여성에게 승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가정요인이론 등도 있다.
최근의 큰 흐름은 CEO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과 자질 등에서 남녀 간 차이가 별로 없다는 인식으로 모아지는 추세다. 남녀 임원을 대상으로 판단력, 추진력, 전략적 의사결정능력, 그리고 성취지향성 등 CEO 자질에 대한 평가를 한 결과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여성 임원이 남성 임원보다 CEO로서의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인식은 여전하다고 한다.
셰릴 샌드버그가 여성들에게 '린 인(lean in)'하라고 조언한다.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고 리더가 되기 위한 열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육아, 가사 등을 맡더라도 미리 자신의 한계를 긋고 물러서지 말라고 한다. 그가 곧 한국에 와서 여성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조언을 들려줄 것이라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그로부터 우리 여성들이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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