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 오해와 진실⑤]'밥그릇' 걸린 선거구제 개편엔 침묵
① 월급 850만원 J의원, 자녀 학비 못내는 까닭
② 安의 의원정수 축소 방안, 정말 '새 정치'일까
③ 면책특권 없으면 '떡검 폭로' 노회찬도 없다
④ '청목회법'은 무조건 나쁘다? 개정 필요성도
⑤ '밥그릇' 걸린 선거구제 개편엔 침묵
신뢰 회복의 첫 단추는 국회의원 스스로 꿰어야 한다. 그러나 비난이 빗발치는 속에서도 의원들은 특권을 내려놓고 일하는 혁신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혁신보다 국민의 입맛에 맞추려 한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6월 국회 개원이 늦어지면서 세비를 반납했고,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세비 30% 삭감을 주장했다. 이 같은 일회성 이벤트로 환심(歡心)을 구하려 한다. 이런 가운데 진짜 바꿔야 할 것이 가려져 있다.
◆"특권 의식부터 버려야"
국민의 불신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시민단체들도 이 같은 지점을 가장 먼저 꼬집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기린 정치팀장은 "국민들의 비판적 목소리는 국회의원 보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에 대한 실망이 가장 큰 이유"라며 "미운 톨이 단단히 박혀 한 푼도 아까운 상황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가 지나친 특권의식만큼은 19대 국회에서 우선 개선돼 생산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짜 '밥그릇'은 선거구
관심을 받지 못한 제도적 의제도 있다. 바로 선거구 제도의 개편 문제다. 여야는 "의원 특권을 포기하고 국회를 쇄신하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선거구제 문제에 대해선 아무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당색(黨色)을 버리고 입법부의 수장이 된 강창희 국회의장 만이 지난 1월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을 지적했을 뿐이다.
소선거구제는 그동안 지역주의의 원천으로 작동했다. 당선자를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된다는 단점도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침묵은 말 그대로 '밥그릇'의 문제가 달렸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로 바뀌게 되면 영남 지역에서 선출되는 새누리당의 의원수가, 호남 지역에서 당선되는 민주당의 의원수가 반토막이 될 수 있다.
강 의장은 "소선거구제 문제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의원이 한 명도 당선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선거구 제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당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국회법'
국회에 첫 발을 디딘 안철수 의원은 지난 15일 "의원들이 안건을 미리 검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국회 의사일정이 원내 교섭단체 간 협의에 의해 의사일정을 진행하다보니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에게는 법안 내용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국회법도 거대 양당의 입맛에 맞춰져있다. 국회의 운영에 관한 모든 내용은 20석 이상의 교섭단체끼리 상의하도록 규정돼 '교섭단체법'으로도 불린다. 대정부질문의 발언자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비롯한 상임위원회의 구성도 모두 교섭단체끼리 상의하도록 돼있다. 정당으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의 50%는 교섭단체에만 지급된다.
교섭단체는 국회에서 의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정파 간 교섭의 창구역할을 하기 위한 제도다. 다만 국회법이 소수정당의 성장을 저해하고,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어 교섭단체 성립 요건을 일본이나 영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의 경우 법안발의 요건(우리나라의 경우 10명)만 충족하면 된다. 영국에서는 2명 이상의 의원을 가진 정당은 모두 원내 운영에 개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국회가 양당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 실망한 국민들을 대변할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5명으로 줄이는 법안 개정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김인원 기자 holei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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