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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정유산업, 정부가 흔들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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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교수·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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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름값을 잡겠다고 시작한 MB정부의 황당한 기름값 정책이 국가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새 정부의 출범으로 한 푼이 아쉬운 형편에 엄청난 규모의 국가 재정을 투입해서 억지로 이어가고 있는 알뜰주유소와 혼합판매 제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자칫하면 국가 재정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기간산업인 정유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농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주유소 사업에 나서게 된 농협의 형편도 안타깝고, 해외 에너지 자원 확보에는 신경을 쓸 수 없는 석유공사의 입장도 난처하다.

알뜰주유소는 애초에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다. 내수시장은 4개 정유사의 기름만으로도 공급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 가격보다 싼 값의 암시장은 국내외 어디에도 없다. 미국과 유럽 시장의 기름은 값이 아무리 싸더라도 지리적인 이유 때문에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결국 알뜰주유소는 불공정한 정책적 배려와 국가 재정을 이용한 부당한 지원, 그리고 농협과 석유공사의 출혈에 의해 유지될 수밖에 없다.
농협의 입장이 정말 난처하다. 농산물 수송에는 아무 쓸모가 없는 석유제품 수송용 탱크로리를 확보해야 한다. 송유관을 이용할 수 없는 농협이 부담해야 하는 수송비도 엄청나다. 인화성 물질인 휘발유와 경유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일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껌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름값 인하가 실제로는 농협의 잠재적 부실을 부추기고 있다. 요즘처럼 국제 기름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농협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황당한 석유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일본산 경유와 중국산 휘발유를 억지로 수입하는 정책은 제 정신을 가진 정부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매국적(賣國的)'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관세를 깎아 주고, 수입분담금과 바이오디젤 혼합 의무를 면제해 주면서까지 억지로 경쟁국의 제품을 수입하는 것은 국내의 정유산업을 고사(枯死)시키겠다는 뜻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 기간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스스로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산 경유와 중국산 휘발유의 수입으로 소비자나 석유수입사가 혜택을 보는 것도 아니다. 부당한 수입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외국의 중개상뿐이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ℓ당 가격이 760원 수준이고, 정부가 유류세로 매년 26조원이 넘는 세수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의 경쟁력은 지금 흔들리고 있다. 2년 연속 수출 1위를 달성했던 정유사들이 작년에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세금 지원과 정책적 배려, 농협과 석유공사의 출혈로 얻어지는 일시적인 유혹에 눈이 멀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궁극적으로 국내 정유사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농협과 석유공사가 부실해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기름값이 비싼 진짜 이유는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 때문이라는 사실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떠들썩하게 판을 벌이고 있는 국민석유회사도 경계해야 한다. 석유 시장에 대한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들이 국제 석유시장에서 값싼 기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민영화된 국내 정유산업은 이미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해야 할 정도로 과포화 상태다. 정부가 앞장서서 제5의 정유사를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정부와 언론이 정신을 차리고 지켜보지 않으면 '대형 스캔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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