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는 애초에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다. 내수시장은 4개 정유사의 기름만으로도 공급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 가격보다 싼 값의 암시장은 국내외 어디에도 없다. 미국과 유럽 시장의 기름은 값이 아무리 싸더라도 지리적인 이유 때문에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결국 알뜰주유소는 불공정한 정책적 배려와 국가 재정을 이용한 부당한 지원, 그리고 농협과 석유공사의 출혈에 의해 유지될 수밖에 없다.
황당한 석유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일본산 경유와 중국산 휘발유를 억지로 수입하는 정책은 제 정신을 가진 정부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매국적(賣國的)'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관세를 깎아 주고, 수입분담금과 바이오디젤 혼합 의무를 면제해 주면서까지 억지로 경쟁국의 제품을 수입하는 것은 국내의 정유산업을 고사(枯死)시키겠다는 뜻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 기간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스스로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산 경유와 중국산 휘발유의 수입으로 소비자나 석유수입사가 혜택을 보는 것도 아니다. 부당한 수입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외국의 중개상뿐이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ℓ당 가격이 760원 수준이고, 정부가 유류세로 매년 26조원이 넘는 세수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의 경쟁력은 지금 흔들리고 있다. 2년 연속 수출 1위를 달성했던 정유사들이 작년에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떠들썩하게 판을 벌이고 있는 국민석유회사도 경계해야 한다. 석유 시장에 대한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들이 국제 석유시장에서 값싼 기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민영화된 국내 정유산업은 이미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해야 할 정도로 과포화 상태다. 정부가 앞장서서 제5의 정유사를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정부와 언론이 정신을 차리고 지켜보지 않으면 '대형 스캔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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