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다양한 '심술궂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예전의 천재지변과는 또 다른 차원의 재난으로 이어진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됐던 금융위기는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강타하면서 전 세계적인 어려움을 야기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국경을 넘나들며 불황을 확대재생산한다. 물론 해결방법이 마땅치 않다.
안전공학분야에서는 '자연 재난'이나 '인적 재난'과 같은 전통적인 재난의 범주를 벗어나는 복합적인 형태의 '사회적 재난'에 주목하면서 우리도 신속하게 대응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재난'이란 에너지, 통신, 교통, 금융, 의료, 수도 등 국가기반체계가 마비되거나 전염병 확산 및 테러 등으로 사회기본질서가 파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물질 유출, 해양 및 수질 오염, 오존층 파괴, 핵 폐기물 매립, 구조물 붕괴뿐만 아니라 컴퓨터 해킹, 바이러스 테러, 대규모 소요사태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사회적 재난'은 바로 '심술궂은 재난'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심술궂은 재난에 더욱 취약하다. 첫째, 인구 및 네트워크 시스템이 매우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아파트 거주 인구가 60%를 넘는다. 인터넷 및 PC 보급률, 스마트폰 보유율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집중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술궂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고 융합하는 '통섭'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직무조정이 있었던 이유는 바로 '사회적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갈수록 심술궂어지는데 정부의 인식은 안이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 부처명칭 변경으로 비용만 들고 효과는 없었다는 비판은 듣지 않도록 제대로 된 '안전대책 로드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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