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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송파'의 숨은 공로자 5인의 책나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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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부터 70대까지 작년 가을 이후 지금껏 6,117권의 책을 기증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송파구청 앞 버스정류장에 가면 빨간색 공중 전화부스가 있다. 그러나 부스 안을 채우고 있는 것은 전화기 대신 꽂힌 가지런한 책들. ‘책읽는 송파’가 버스 또는 건널목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간을 쪼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이외도 송파구는 석촌호수‘공원 속 책장’이나 구청 지하 북카페 등‘열린 독서공간’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과연 거기에 있는 책들은 어디서 어떤 경로를 거쳐 그 자리에 위치하게 됐을까?

책 원래 주인 5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책 나눔, 행복 더하기 - 5인 5색의 다양한 책나눔 이야기
“제가 한 번 읽고 묵혀둔 책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하고 요긴하게 읽힐 책이겠죠. 제가 나눈 책이 희망의 책이 되길 바랍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겠지만 책 나눔을 실천한 신성대(58), 전계현(76), 김성(72) 장낙경씨 그리고 권준형 (15)군이 모두 한목소리로 말한다.

상태가 좋은 깨끗한 책들을 소장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더 읽혀지는 것이 더 보람차다는 생각이다. 또 이들은 책부자. 집안‘ 한가득’ 책이 채워져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소설부터 전문서적, 심지어 만화책까지 두루 섭렵하는‘편식 없는 독서’가 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던 비결이다.
김성(72) 전계현(76) 장낙경 권준형 (15, 배명중2) 신성대씨(58)가 기증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김성(72) 전계현(76) 장낙경 권준형 (15, 배명중2) 신성대씨(58)가 기증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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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이들은 책을 통한 행복을 옮기기에 나설 수 있었다.

최다 도서 기증자는 도서출판 동문선 신성대(58) 대표로 현재까지 4000여권을 기증했다. 지금까지 기부 받은 책이 6117권임을 감안해보면 거의 10권 중 예닐곱은 신성대 대표가 기증한 책인 셈. 1만권의 책을 기증하기로 약속했으니 앞으로도 6000권이나 더 남았다.

신 대표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책읽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는 곳이 흔치 않은데 송파구에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이러한 독서문화를 확산시키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을 기증하게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석촌동에 사시는 전계현(76)씨는 본인이 집필한 가정의례전문서 '가례초해'를 비롯한 고가의 책 50여권을 기증했다. 선뜻 구매하긴 어려운 높은 가격대 책들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나눔을 결심했다.

또 석촌호수를 오고가며 수시로 책장을 채우시는‘공원속책장’의 단골이시기도 한다. 전씨는 “석촌호수에 책장이 있으니 더 자주 가게 되더라고요. 저처럼 많은 분들이 오고가며 책을 접하셨으면 해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1973년에 송파로 이주해 쭉 잠실에 거주하신 김성(72)씨는 외국에 나가면서 자녀들이 맡긴 책이 집안 곳곳에 즐비하다. 학창시절부터 책보기를 즐겼다는 자녀들이“취직 후에도 용돈은 안주면서, 읽을 책은 사더라”라는 푸념(?)을 털어놓으셨다. 그러며 독서환경을 마련해준 것이 명문대를 보낼 수 있던 노하우라 보탰다.

최서연 (15, 잠신중2)양과 권준형 (15, 배명중2)군이 기증한 책은 주로 버스정류장 ‘두줄책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본인들이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손수 모아 도서나눔에 동참했다.

권준형(배명중2) 군은“부모님께서 책 선물을 많이 주셨습니다. 그런데 외아들이다 보니 많은 책들을 저 혼자 보게 되더라고요. 사촌들이 와서 돌려보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니 책들이 깨끗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권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며 앞으로도 책을 기증하겠다고 전했다.

장낙경씨는 책 기증할 곳을 알아보는데 애를 먹었다.“우리 딸이 초등학생 때 읽던 책을 기증하고 싶어서 한참 기증방법을 강구했습니다. 그러다가 구청에 연락을 드렸는데, 그게 인연이 돼 명작부터 과학 역사 고전 등 다양한 장르의 어린이 책 200여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며 주변에 책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려야겠다는 계획을 더했다.

송파 도서나눔 전도사 5인, 각기 다른 계기를 담은 책기증의 시작. 이들은 본인들의 책 나눔이 시발점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책을 나눠보는 도서문화 확산을 기대했다..

◆‘책읽는 송파’유공자 10인에 감사패 수여, 지금까지 총 6117권 기증

이들을 비롯한‘책읽는 송파’도서기증 유공자 10인(기업?단체포함)이 지난 15일에 박춘희 송파구청장에게 감사패를 전달받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감사패를 수여받은 유공자들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도서 기증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해온 개인이나 단체이다.

기업(최창인 KT 송파지사장,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교보문고 잠실점, 이동우 롯데월드 대표)과 단체(차광은 KACE(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회장, 최병두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서울특별시지부 조직부장)를 비롯 인터뷰를 한 구민 4명(김성 어르신(72), 전계현 어르신(76), 최서연 양(15, 잠신중2), 권준형 군(15, 배명중2))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기증한 책은 모두 6117권. ‘두줄책장’이나 ‘공원속책장’과 같은 무인책장 외에도 구립도서관 등에 비치됐고, 신설 독서공간에도 지원될 예정이다. 우선 거여1동 주민센터 앞에 설치될 책장과 어린이안전교육관 서가로의 전달을 준비하고 있다.

책나눔에 관심이 있다면 송파구 교육협력과(☎ 2147-2360)로 문의하면 된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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