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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믿스님'은 혜민스님 짝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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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믿스님 "혜민스님 만나고 싶지 않은 이유는…"

'혜믿스님'은 혜민스님 짝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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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법명 '혜믿'.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촌철살인 메시지로 네티즌의 찬사를 받고 있는 '가상인물'이다.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지 3개월만에 팔로어가 2만7000명에 육박한 파워 트위터리안이기도 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혜믿스님의 명언을 담은 편집본이 인기다.

'허망하다'는 트위터 아이디처럼 혜믿스님은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그 이면에 감춰진 허무함에 대해 설법한다. 욕망과 허망 사이의 줄다리기를 혼자서 해내는 스님의 원맨쇼를 보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반전 없는 현실이 도리어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자본주의는 108번뇌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포르쉐를 타거나, 대저택에 산다고 해서 번뇌가 해결될까요? 해결됩니다".
이런 혜믿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을 자세히 듣고자 직접 인터뷰에 나섰다. 아쉽게도 스님이 계신다는 절 '주말미사(寺)'를 찾을 길 없어 메일 인터뷰로 대신한다. 다음은 스님의 간단한 프로필이다.

법명 - 혜믿. 첫사랑 지혜를 못 잊고 그 기억 밑에 있은지가 오래 됐다고 해서 '밑'의 옛말 '믿'을 지혜 '혜(慧)'자에 붙이게 됨.
트위터(twitter.com/humanghada)
페이스북(facebook.com/jihyebelief)
본명, 나이 - 불명.
출가 이유 - 이성을 향한 마음을 끊고자.
학력 - 런던서당, 스포탠드 대학 학력위조학과.
사는 곳 - '목욕관리사(寺)'에서 우회전해서 직진하면 나오는 '기무사'를 끼고 좌회전하면 '일요일엔내가요리사'가 나오는데 그 뒤쪽에 위치한 주말미사.
좋아하는 인물 - 포미닛 현아, 첫사랑 지혜.
껄끄러운 인물 - 자신을 따라한 혜'밑'스님.


▲ 혜믿스님의 트위터에 올라온 메시지들. 현실을 뒤엎는 반전은 드물다는 사실이 허탈한 웃음을 자아낸다.

▲ 혜믿스님의 트위터에 올라온 메시지들. 현실을 뒤엎는 반전은 드물다는 사실이 허탈한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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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활동이 뜸하십니다. 무슨 일로 바쁘셨던 건가요?
- 바쁘지는 않았어요. 다만 어느 순간부터 계정 운영이 유희가 아니라 압박으로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잠시 운영을 멈추고 부담감을 많이 덜어냈습니다. 즐거움을 되찾는 과정이었습니다.

▲ 짧은 메시지이지만 글에서 내공이 느껴집니다. 무슨 책을 즐겨 읽으십니까? 자기계발서를 읽은 적 있으십니까?
- 사실 내공은 없고, 다만 문장은 깔끔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책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주로 읽는 분야는 사회·문화비평서입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잡지나 비평서를 찾기도 합니다.

자기계발서는 예전에 조금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내용이 모두 비슷하고 한계가 명확해서 그 다음부터는 읽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당시 읽었던 자기계발서 중 하나는 그 분야의 조상 격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입니다. 그런데 저자가 지금 파산을 했어요. 군대에 있을 때는 한 선임이 '시크릿'에 매료되어 매일 긍정의 기운을 우주로 보낸다고 했는데, 그 선임 휴가가 잘렸어요. 하하하.

▲ 혜민 스님을 직접 만나본적 있으십니까? 만나보실 의향은?
- 혜민스님을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 스님을 뵈면 따뜻한 말씀에 제가 눈물을 흘리는 훈훈한 장면이 분명히 예상되기 때문에, 스님을 뵐 의사도 없습니다. 참, 혜민스님은 혜믿을 팔로우하는 너그러움과 관용을 보여주셨습니다.

▲ 고기는 먹어보셨습니까?
- 출가했다고 해서 고기맛을 모르겠는가 /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 눈 쌓인 골목길에 새빨갛게 정육점 입주했는데.

▲ 짝퉁 '혜밑스님'이 나타났을 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 사칭 계정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그리 기분이 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삭제 요청을 거절하시고 계속해서 활동을 할 때 속상하더군요. 특히 사칭 운영자 분이 여성이나 호남을 비하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말씀을 했을 때는 크게 불편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냥 잊고 삽니다. 없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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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여자친구인 지혜씨랑은 다시 만나고 싶으신지? 미련이 많은 것 같던데요.
- 사실 지혜는 당시 영화 '건축학개론'이 남성 관객들에게 향유되는 모습을 보고 만든 캐릭터입니다. 저는 그 영화가 주인공의 반성이나 성장을 이끌어내지 않고, 그에게 환상적 만족감만 부여하고 끝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인공을 보고 ‘나도 참 찌질했었는데’ 하고 회상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너 아직도 찌질해!” 선배와 여주인공의 동침 (혹은 성폭행) 여부에 집착하는 모습을 꼬집고 싶었죠. 그 다음부터는 지혜보다는 ‘지혜만을 사랑하는 자신’에 흠뻑 빠진 나르시시스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혜믿스님 하면 SNL 짝 패러디에 나온 신동엽씨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신동엽씨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 신동엽씨의 기지와 재치를 좋아합니다. 'SNL' 시즌 4 기대하겠습니다.

▲ '현아를 좋아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 여자 아이돌의 장년, 중년 팬들에게는 ‘삼촌팬’이라는 호칭이 붙죠. 그건 그들의 해당 아이돌에 대한 성적 소비를 은폐하면서 붙는 ‘안전한 칭호’인데, 현아에겐 이 공식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안전핀 없는 수류탄 같다고 할까요. 그런 점에서 현아는 상징이죠. 그래서 현아를 팔로우했던 겁니다.
연예인 현아의 매력은 청춘의 그것입니다. 생기가 있고 밝아요. 보고 있으면 같이 유쾌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 박근혜 당선자의 취업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박근혜 당선자의 취업정책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만큼의 정보와 지식은 없습니다. 다만 당선자는 계속해서 스펙을 초월한 실력과 능력 중심의 취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저는 이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사실 그 ‘스펙’도 실력과 능력을 표방하고 있거든요. 이제 한국 사회가 능력주의를 벗어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과감한 취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이 사회의 멘토라고 칭송받는 이들(이외수, 혜민, 김미경 등)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 멘토는 크게 두 부류가 있습니다. ‘힐링멘토’와 ‘독설멘토’. 이외수 작가나 혜민스님의 경우 힐링멘토고, 김미경 강사 같은 경우는 독설멘토겠죠. 힐링멘토가 멘티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한다면, 독설멘토는 그들의 현재를 질타하고 노력을 주문합니다. 마치 ‘굿캅-배드캅’ 상황극을 보고 있는 것 같죠.

저는 멘토들의 유명세가 한국 사회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들은 언제나 개인의 삶에서 구체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한국 사회는 이를 ‘각자’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개인들도 집단을 이뤄 사회적인 요구를 하기보다는, 스스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죠. 그 과정이 너무 힘드니까요.

그런데 구조적인 문제에서 구조를 제거하면 뻔한 위로나, 흔한 질타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멘토들의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들이죠.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 건 멘티가 아니라, 멘토입니다. 대중은 그들에게서 지혜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적당히 권위 있는 인물의 배역을 맡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멘토는 스승이 아니라 연기자에 가깝습니다. 스스로를 멘토라 생각한다면 추상보다 구체로, 평화보다 갈등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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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이 인사담당자라면 예쁜 여성과 잘생긴 남성, 일 잘하는 사람 중 누굴 뽑고 싶습니까?
- 제가 기업에 충실한 인사담당자라면 야근에 야근이 이어져도 불평없는 사람을 뽑을 듯 합니다.

▲ 혜믿스님이 트위터,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는 불특정 다수에게 무엇을 알리고 싶어선지요.
- 계정은 개그맨 박휘순씨가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연기하는 '햇반스님'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햇반스님은 멘토들의 추상적인 조언이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주더군요. 멘토 스스로가 그 무력함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저도 그 캐릭터가 시사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멘토 개인을 매섭게 비판할 필요를 느끼진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멘토에 대한 비판보다는 패러디나 언어 유희에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 라이벌(?)인 효봉스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효봉스님을 보며 라이벌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가 경쟁구도는 아닌 듯 합니다. 효봉스님은 비록 많은 활동을 보여주진 않으시지만, 확실히 재치와 글솜씨가 있는 분 같습니다.

▲ 21세 남자 대학생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진짜인가요?
-아닙니다. 여대생이나 30대 전문직 등의 추정도 있었는데, 모두 아닙니다. 지인들에게도 알리지 않아서 제가 ‘혜믿’임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 미녀 기자가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합니다. 만나실 의향 있으신지?
-제가 미녀를 워낙 좋아해서 안 됩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여성분들, 교복 버리지 마세요.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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