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787 항공기는 작년 12월부터 세계 곳곳에서 전기계통의 고장이나 화재로 불시착하는 사고가 났고, 마침내 얼마 전 보스턴 공항에서도 화재를 일으켰습니다. 관련당국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항공사들은 787의 운항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 항공사들이 일본 정부, 그리고 일본의 산업계와 함께 맺어온 암묵적인 합의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항공사들은 보잉의 경쟁사인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거의 구매하지 않습니다. 대신 보잉의 항공기 개발과 생산 전 분야에 깊숙이 개입해 왔습니다. 이런 산업구조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과 맞물리면서, 보잉 항공기를 뜯어보면 일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고해졌습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부품들 역시 일본 중소기업들이 제작한 것입니다. 물론 이런 구조는 일본 항공사들에는 상당한 부담입니다. 항공기 구매시의 협상력이 약해지고, 또 기종의 다양성을 통해 위험을 분산할 수 없게 됩니다.
또 다른 이유는 경제성 때문입니다. 787은 금속소재 대신 복합소재를 사용하고, 유압장치 대신 모터구동장치를 채택하는 등, 항공기를 가볍게 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항공기 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리튬이온 배터리도 이런 노력의 일부이지요. 항공기가 가벼워지면서 연료소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기술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함께 존재합니다. 일본 항공사들은 보잉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생긴 경제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아직 덜 검증된 보잉 항공기를 서둘러 구매할 수밖에 없는 기묘한 딜레마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보잉의 정비불량으로 520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를 기록한 1985년의 항공기 추락사고 이후에도 보잉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굳건히 유지했던 일본항공사들의 선택이 과연 옳았던 것인지, 발 묶여 날지 못하는 787이 다시금 묻고 있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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