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12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김 모씨는 입주해 있는 6개 법인 주요 관계자들에게 설 명절 선물로 한우세트를 돌리기로 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 돼 인근 건물에서 빈 사무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이른바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김 씨는 "건물주라고 으스대던 시절은 지났다"며 "빌딩 매입가격 절반 정도가 은행 빚인데 빈 사무실이 몇 개월만 지속돼도 치명타"라고 전했다.
건물주가 '갑'이던 시대는 지났다.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장기불황이 이어지며 창업과 기업확장이 어려워졌지만 대형 오피스빌딩은 우후죽순 늘어난 탓이다. 몇 년 전만해도 재계약 때 임대료 인상안을 제시하던 기세는 사라졌다. 오히려 "사무실을 옮기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임차인 구미에 맞는 조건들을 만드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올해 서울 주요 빌딩밀집 지역에서는 사상 최악의 '공실률 대란'에 노출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2013년 서울 임대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종로, 강남, 여의도 등 3대권역 평균 공실률은 7.23%로 전년 6.17%보다 1.06%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8.21%, 2분기 6.30%, 3분기 5.76%, 4분기 8.66%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진철 코람코자산신탁 차장은 "2008년 금융위기 발발 당시 서울 주요 권역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1%도 채 되지 않았다"며 "2009년 3% 수준으로 오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분간 임대소득이 낮아지고 공실률은 높아지는 현상이 지속돼 오피스빌딩 투자수익률은 하락 기조를 이어갈 것 같다"며 "빌딩 가격도 동반 하락해 초기투자금이 줄어든다는 점은 위안거리"라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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