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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바꿔놓은 부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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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는 유기농매장, 김치는 DIY세트로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관악구에 사는 주부 박정수(48)씨는 올해 처음으로 유기농 전문점에서 채소를 구매했다. 박 씨는 그동안 비싸다는 생각 때문에 유기농 전문점에서 구매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9월 대형마트에서 상추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보며 고민하던 찰나 주변 입소문을 듣고 처음으로 유기농 전문점을 찾았다. 태풍의 영향으로 각종 채소 가격이 오르던 때였다. 박 씨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뛰는 대형마트 신선식품과는 달리 안정된 가격에 대형마트 보다 더 싼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 동작구에 사는 맞벌이 주부 이미경(36)씨는 김장 준비를 위해 지난달 마트에 갔다 깜짝 놀랐다. 배추를 포함해 고춧가루 등 김장 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 김 씨는 김장 'DIY세트'를 샀다. DIY(Do It Yourself)세트는 절임배추와 완성된 양념소로 구성돼 있어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제품이다. 김 씨는 "네 식구만 먹으면 되기 때문에 굳이 많은 양을 할 필요가 없어 비싼 배추 등이랑 다른 재료들은 일절 사지 않고 이 제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김장 김치가 떨어지면 포장 김치를 사 먹을 계획이다.
올 여름 폭염과 폭우,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유난히 오른 채소 가격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바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기준 유기농 전문매장 초록마을에서 적상추는 1600원에 판매했다. 같은 날 대형마트 3사에서 적상추 150g 판매가격은 3500원대였다.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유기농 채소 가격이 더 싼 '가격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안정적인 수급에 힘입어 유기농은 비싸다는 상식이 깨진 것이다.
유기농 매장은 생산자와 연간 계약재배를 체결해 실제 수급량에 영향을 미치는 산지상황 안정화에 투자 지원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시장상황 모니터링을 끊임없이 실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

유기농 전문점 초록마을 관계자는 "당시 상추 및 채소류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수급 관리를 통해 가격 변동 없이 대형마트 평균판매가격의 절반에 공급했다"며 "이에 소비자들이 친환경 전문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태풍의 피해로 오른 배추값은 독특한 김장문화를 발생시켰다. 직접 배추를 사서 절이고 김장을 담그던 주부들이 급격히 상승한 김장 재료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포장 김치와 DIY김치 세트 등을 산 것.

CJ제일제당 김치브랜드 하선정의 경우 11월 한달동안 DIY김치세트가 300개 팔리며 지난해 같은기간 150개보다 2배 성장한 수치를 보였다. 포장 김치도 지난해 매출 13억원에 비해 올해는 20억원으로 뛰었다. 배추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 하고 있어 12월에도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수진 CJ제일제당 브랜드 하선정 담당 과장은 "처음 담그는 사람이라도 DIY세트를 이용하면 쉽고 간편하게 김치 맛을 낼 수 있다"며 "작년에 비해 김장 비용이 천정부지로 높아진 만큼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부들의 김장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8월 태풍의 영향으로 9월 생산자물가지수 중 농림수산품은 전월대비 5.9% 상승했다"며 "특히 신선식품은 17.5%나 뛰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 겨울엔 눈도 빨리 내리고 기온도 평년보다 낮아 냉해 피해를 입은 농작물이 나올까 농가에서는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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