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를 넘어, 학원광고나 드라마 대사로도 쓰일 만큼 유명해진 이 말은 사람을 두 번 헛갈리게 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그 요상한 철자 때문이고, 두 번째는 너무 여러 가지 뜻을 담고 있어서이지요. 특히 쓰는 사람마다 이 단어를 제 나름의 뜻으로 쓰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 단어를 세상에 처음 알린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조차 스물두 가지의 다른 뜻으로 쓰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틀렸다고 생각해서 그 결과를 쓰레기통에 버리지만 '의심할 줄 아는' 학자들은 기존의 패러다임에 도전하고 충돌과 갈등, 혼란을 겪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사람이 언제나 소수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은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헛수고를 하거나 심지어 변화에 저항합니다. 천동설의 마지막 역작이라고 불리는 '에피사이클'이라는 모형을 보면, 천동설에 맞추어 별들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엄청나게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마다하지 않는 안간힘을 생생히 볼 수 있습니다.(지동설은 훨씬 단순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일들이 잠시 정상을 벗어난 상태인지, 아니면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의 서막인지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잠시의 비정상적인 상태라면 소나기를 피할 수 있도록 우산을 펼치면 될 것입니다. 금리와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침체를 일단 견디고, 실업자의 생계보장과 재취업과 같은 안전망 확충에 노력하는 것이 바로 우산을 펼치는 일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 비가 아주 길고 긴, 어쩌면 영원한 우기의 시작이라면 우산을 펴고 서 있으면 안 됩니다. 당장엔 비를 흠뻑 맞더라도 집을 옮기고 도랑을 파는 고된 일을 해야만 홍수를 견딜 테니까요. 힘들지만 경제체계와 기업경영의 근본적인 수술을 단행해야만 할 겁니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유력한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정책을 살펴보니 한 분은 우산을 펼치자고 하고 있고, 다른 한 분은 집을 크게 수리하자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제게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말을 곱씹게 합니다. 어렵고 떨립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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