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생각해 보자. 10년 동안 2조원 남짓 돈을 투자해 원금을 빼고도 5조원 정도 이익을 챙겨갔는데 2조4000억원을 더 얹어 달라니 기가 찰 일이다. 론스타의 주장이야 그렇다고 치자.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금융당국은 대체 뭘 하고 있었는가?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론스타 사건을 바둑처럼 복기해보자.
둘째, 론스타와 체결한 외환은행 주식 매매계약을 취소했어야 했다. 론스타는 은행경영과는 관련이 없는 투기자본이다. 심지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을 조작함을로써 법을 위반했다. 당시 매각 대상인 부실 금융은행의 기준은 BIS 비율 8% 이하였는데, 론스타는 이를 조작해 6.2%로 낮췄다(실제 외환은행 BIS 비율은 9.14%였다). 이런 론스타와 체결한 계약은 마땅히 파기됐어야 했다. 민법 규정도 같은 취지다. 따라서 론스타가 취득한 외환은행 주식은 원위치시켜야 했다.
더구나 대법원이 주식 강제매각 명령을 내렸는데도 금융당국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하나금융에 팔게 했다. 불법을 저지른 자에게 프리미엄까지 얹어 주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국내법을 어긴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계약파기라는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
임진왜란 때도 왜군의 진격로에 조선인 안내인이 있었다. 그 결과 왜군이 조선을 신속하게 점령했다. 다행스럽게 이 와중에도 '경제적 실질'이 '법적 안정성'보다 우선이라는 논리 무장을 하고 론스타에 적극적으로 과세한 국세청만이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국내법을 보다 치밀하게 정비해 외국 투기자본이 법 규정의 미비를 틈탄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하고, 불법을 저지른 자는 물론 이들을 도운 자들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
끝으로 ISD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ISD 조항이 있으면 매국(賣國)이고 없으면 애국이라는 논리가 아니다. 우리나라나 미국의 건실한 투자자본이 상대국가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면 당연히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반면 국민 및 국제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투기자본에 대해서는 투자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미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있는 ISD 조항의 적용대상에서 투기자본은 배제돼야 한다. 이것이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가르쳐 준 중요한 원 포인트 레슨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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