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출판생태계 복원의 열쇠는 '독자'가 쥐고 있다
독자층을 늘리기 위한 대책으로는 '독서 교육의 강화'와 '공공도서관 활성화'를 꼽았다. '독서교육'은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형성하고, 책 읽는 능력을 키워줘 미래의 독자를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 공공도서관의 역할도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한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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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출판생태계 복원의 열쇠는 '독자'가 쥐고 있다
◇독서교육의 답, '학교도서관'에 있다=서울 관악구 봉원중 3학년 학생들의 국어시간. 교실에 앉아 교과서를 보는 대신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지난 15일 오전 봉원중학교 도서관에는 소파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과 온돌방에서 친구들과 어깨를 맞댄 채 책장을 넘기는 아이들로 꽉 찼다.
이날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은 가만히 집중해 책을 읽는 듯하다가도 금세 옆의 친구와 장난을 치거나 떠들어서 선생님의 주의를 받았다. 백 교사는 "성장소설이나 판타지소설, 실용서는 읽을 수 있지만 세계명작 수준을 못 읽는 아이들이 많다"며 "인문학, 철학, 사회과학 등 깊이 있게 생각하며 읽어야 하는 책들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도 머리로는 독서가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게 문제"라며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읽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봉원중학교에서는 4가지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첫째, 매일 꾸준히 책읽는 시간을 확보해 독서습관을 길러준다. 봉원중에서는 매일 8시 30분부터 약15분간 '아침독서'시간을 통해서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책을 읽는다. 둘째, 독서 흥미를 유발하는 다양한 행사가 연중 끊이지 않는다. 백 교사는 "아이들 각자 흥미가 다른 만큼 작가와의 만남, 문학 기행, 경품대잔치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참여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셋째, 학생들의 자발적인 독서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봉원중에서는 현재 35개의 독서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손해선(15) 학생은 "혼자가 아니라 친한 친구들과 함께 읽으니 철학책 같은 어려운 책에도 도전하게 되고, 읽으면서 모르는 걸 서로 물어볼 수도 있어서 책 읽기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도서관 연계수업'을 실시한다. 백 교사는 "깊이있는 책을 읽는 능력은 수업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며 "아이들이 사회, 과학, 문학 등 각 교과목과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수업이 활성화된다면 독서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사는 "이 같은 노력들은 모두 학생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책읽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현실은 벌써부터 영어ㆍ수학 학원 다니기 바쁘고, 특목고 준비하느라 치여 책 읽는 시간이 늘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봉원중의 경우, 비교적 잘 운영되는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연계수업, 독서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지만, 많은 학교들이 사서교사를 확보하지 못해 시설과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성애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회장은 "현재 전국의 사서교사는 724명 뿐"이라며 "학교도서관은 있으나 인력 배치가 전혀 안된 학교 비율이 54.1%이며, 도서관활용수업, 독서교육, 정보활용교육 등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서교사의 배치율은 6.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학교도서관활성화 종합방안'추진을 통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입해 학교도서관 기본시설 및 장서확충작업을 했으나 실제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금은 학교도서관의 외형은 갖추어져 있지만 정규직 전문가의 부재로 교사의 수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도서관 활용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학교 도서관 업무를 담당할 사서를 전면 배치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부족한 공공도서관, 양과 질 동시에 고려해야= 장기적으로 건강한 출판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서교육 강화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의 활성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현재 공공도서관 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 수는 759개로 인구 비례로 주요선진국 대비 최하위권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공공도서관 한 곳 당 이용하는 인구 수가 1만명대인 것에 비해 한국은 6만명대 수준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공공도서관이 없다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도서관에 가더라도 찾는 책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서관에서 책을 구입하는 데 쓸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서관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연간 자료구입비는 국민 1인당 1338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4818원)의 27%, 일본(3180원)의 42%수준으로 매우 저조한 편이다. 공공도서관의 자료구입비에는 도서, 신문, 잡지, 영상자료, 디지털자료 등이 모두 포함되므로 순수하게 국내에서 출판된 도서의 구입 예산만 추출하면 국민 1인당 도서구입비는 1000원 이하로 추정된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도서관을 계속 짓는 것만큼 만들어놓은 도서관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도서관은 책을 보기 위해서 오는 곳인데 도서구입비를 제대로 책정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연간 예산 6197억원 중에서 자료구입비(669억원) 비중은 10.8%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공공도서관 이용 활성화 방안으로 '다양한 소장 자료 확보'를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한국출판연구소에서 실시한 '어린이의 독서 및 도서관 이용 현황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5~10세 어린이를 둔 보호자들은 독서환경 조성을 위한 가장 큰 역점 사항으로 '도서관 증설 및 다양한 어린이 도서 구비'를 꼽았다.
백원근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공공도서관의 도서 구매력이 확충되면 출판사 역시 안정적인 양서 출판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공공도서관에서는 연평균 8980권의 신간을 도서관 장서로 구입하고 있지만 이는 국내 발행 신간 도서의 10% 정도밖에 구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실에서 최근 2015년까지 99곳의 공공도서관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서울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의 공공도서관 수를 2015년까지 공공도서관 24곳, 작은도서관 75곳 등 총 99곳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1372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박 시장은 단순히 도서관 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도서관 서비스의 질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문 사서를 늘리고, 타 도서관과도 연계된 자료검색 시스템인 메타 검색을 통해 모든 도서 및 자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난 10월에는 서울시내 모든 도서관 정책을 총괄하는 '서울도서관'이 개관해 벌써부터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용훈 대표도서관 건립추진반장은 "서울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약 5만권을 구입해 장서를 확충했다"며 "내년에도 약 5만권을 구입한다는 계획으로 자료구입비 예산을 10억 이내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책 읽는 서울'을 위해 올해 160억 원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347억 원으로 예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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