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삶의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의 노동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모텔에서 일하는 류승호(36)씨는 자신을 노동자로 생각하느냐는 질문 앞에서 망설인다. "노동자인 것 같은데 사회보험이나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75쪽)" 전체 노동자의 460만명이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한편으로 비정규직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1년 기준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비정규직은 모두 599만 5000명. 전체 노동자의 34.2%다. 좀 더 광의의 기준을 적용하는 노동계 추산 비정규직 수는 무려 895만 3000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인 49.4%에 달한다.
이제 은 의원은 정책입안자가 됐다. 책 말미는 한국사회의 노동이 지닌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국내에서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은 의원은 노동조합이 더 많은 노동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 확대, 정리해고 제한, 일자리 나누기와 신규채용 확대 등 다양한 '일자리 지도 바꾸기 로드맵'이 제시된다. 그러나 이 책을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책을 닫으며 은 의원이 남기는 질문일 것이다. "노동을 해야 먹고사는 모든 사람이 그것에 얽매여 말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지 않도록, 노동에의 속박을 넘어서도록 만드는 핵심은 무엇일까? 노동권의 확립 그 다음은 무엇일까?" 아직 근대적 노동의 세계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한국 사회에 던지는 고차원의 수수께끼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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