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수억원대의 아파트 분양 업무를 하는 김모(34)씨는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정작 자신은 혼자 오피스텔에 살면서 생활비의 상당수를 다달이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사는 전용면적 25㎡ 오피스텔은 보증금 4000만원이다. 매달 40만원은 월세로 낸다. 관리비까지 합치면 한 달 주거비만 60만원이다. 아직 솔로인 그가 통신비와 식비 등으로 쓰는 것까지 합치면 결혼자금 모으기도 어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고 홀로 사는 인구가 늘어나며 '솔로 찬가'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솔로 샐러리맨의 지갑은 허전하다. 쓸 데가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높은 주거비용으로 인해 미래에 정작 대비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인가구는 453만9000가구로 전체 1795만1000가구의 25%다. 24%이던 2년 전보다 38만6000가구 늘어났다. 앞으로도 계속 증가해 2035년에는 34%(762만8000가구)까지 늘 전망이다.
특히 목돈이 부족한 새내기 직장인들은 월세에 살 수밖에 없어 급여의 상당부분을 주거비로 소모하는 형편이다. "애인이 있지만 집을 마련하지 못해 결혼을 미루고 있다"는 소리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더구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고단한 '워킹푸어' 솔로들은 열악한 단칸방에 살면서도 주거비 마련에 허덕인다. 소득 여하를 떠나 주거비 압박으로 인해 '화려한 싱글'들이 얼룩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 등 원룸 규제를 푸는 등 1인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을 늘려 주거비를 낮추기 위해 노력중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1688가구에서 2010년 2만529가구, 2011년 8만3859가구, 올 9월까지는 8만6414가구가 인허가 됐다. 오피스텔도 공급되며 실제 월세는 다소 하락했다.
그런데도 월세가 부담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물량부족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열악한 쪽방이나 고시원 등에 사는 1인가구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가구 주택은 부족하다"며 "10평 안팎의 공공 원룸텔을 많이 지어 주거부담을 줄이고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전세 전환 증가 추세 역시 솔로의 주거비 부담을 부추긴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센터장은 "공급이 늘자 월세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됐으나 현재 나타나는 전세 부족이 보증부 월세로 전이되면서 월세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전세금의 월세전환율이 높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은 연 7%가량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받아 저축하는 대신 전세금 일부를 7% 가량의 이율을 적용한 월세로 돌려 더 많은 수익을 챙기는 행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월세전환율이 5~6%로 낮아지면 월세로 전환되더라도 부담이 적을 수 있는데 임대인 입장에선 비싼 땅값이나 세금 등으로 인해 임대료를 내리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선진국의 사례처럼 월세 전환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소득공제 등을 통해 월세거주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월세 소득공제 폭을 넓히고 집주인도 소득공제에 동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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