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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다 죽어간다는데 머독은 왜 사들이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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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이번엔 LA타임스·시카고 트리뷴에 눈독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이 다시 한번 야욕을 드러냈다.호주와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신문 인수를 위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 다 죽어간다는데 머독은 왜 사들이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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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머독은 미국 최대 신문 중 하나이자 파산보호를 신청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와 시카고 트리뷴 인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AT 등 미국 언론들은 머독이 인수를 위한 초기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머독은 뉴스코프 대변인을 내세워 "전혀 정확하지 않다"며 부인했다.
그렇지만 대변인의 부인을 액면그대로 믿는 미국 사람들은 거의 없다. 머독은 지난 2010년 영국 타블로이드지 뉴스오브더월드의 전화 해킹 사건 이후 표리부동한 장사꾼 머독이 진실된 속내를 드러냈을 리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겉으로는 소유한 신문과 방송의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미디어 제국 확장에 여념이 없었다. LAT와 시카고 트리뷴 인수 시도도 그 일환이다.

LAT와 시카고 트리뷴은 모두 지난 2008년 파산보호를 신청한 트리뷴 그룹 소속 신문사다. 미국에서 23개 TV 방송국과 볼티모어 선, 올랜도 센테니얼, 선 센테니얼, 하트포트 커런트 등 지역 일간지를 소유하고 있는 트리뷴은 올해 말께 파산보호 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머독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물건임에 틀림없다.
머독의 둘째 아들인 제임스 머독 등 뉴스코프 경영진은 최근 잇따라 LA를 방문해 헤지펀드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 트리뷴 채권단과 접촉한 것으로 블룸버그통신 등은 보도했다.

이 때문에 머독의 강력한 부인에도 뉴스코프 분사 후 머독의 LA타임스 인수 시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월가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잇다. 머독은 뉴스코프를 출판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로 분리를 추진해왔다.이는 신문ㆍ책 출판과 교육 사업에서 TV 사업부을 따로 떼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뉴스코프의 영화ㆍTV 사업부는 20세기 폭스 영화사와 폭스 브로드캐스트 네트워크, 폭스 뉴스 채널 등을 거느리고 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 타임스, 하퍼콜린스 출판 등은 출판 사업부에 속해 있다.

머독은 애초 뉴스코프 분사를 강력히 반대했다가 뉴스오브월드의 전화 도청 사건 후 '거대 미디어 기업'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분사 추진 쪽으로 돌아섰다.

LAT와 시카고 트리뷴 인수 시도는 계열 분리 후 광고 매출이 점점 줄면서 위상이 위축되고 있는 신문 사업부의 지배권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신문협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신문 광고 매출은 거의 50% 가까이 줄어 24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랫동안 LAT에 눈독을 들여온 머독의 희망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규제당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미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주관하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같은 지역에서 방송과 신문을 동시에 소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머독은 LA와 시카고 지역에 각각 2개의 폭스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다.FCC는 머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합병을 거부할 개연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머독이 쉽게 물러날 위인은 아니다. FCC가 트리뷴 그룹이 KTLA-TV 채널5 방송과 LA타임스 신문을 동시에 소유할 때 예외를 적용한 사례를 들어 FCC 합병 승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머독 일생일대의 최대 위기였던 2010년 뉴스오브월드의 전화해킹 사건 조차 그의 야심을 꺾지 못했다.당시 많은 비난을 받자 머독 일가는 일선에서 물러나 비판의 예봉을 피했다. 머독 본인은 물론, 영국 사업을 주도한 차남 제임스 머독이 뉴스코프의 영국 자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 회장직과 영국 최대 유로 위성방송사 B스카이B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전화 해킹 사건을 일으킨 타블로이드 주간지 월드오브뉴스는 지난해 폐간했다. 이 때문에 머독 일가가 영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머독은 지난 2월 영국에서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선'의 일요판을 발행하면서 언론장사꾼의 '진면모'를 과시했다.뉴스오브더월드를 이름만 선으로 바꿔 다시 발행한 것이다.

머독은 또 전장을 미국으로 옮겼다.제임스에게 전국 방속인 폭스 네트워크와 케이블채널 FX, 내셔널 지오그래팩을 소유한 폭스 네트워크 그룹(FNG)의 경영 책임을 맡겼다.

그의 전략은 주효했고 언론황제 지위는 무너지지 않았다.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들이 시도한 머독 일가에 대한 불신임 시도도 좌절됐다.불신임 표결 비율은 고작 5%에 그쳤다.머독 일가의 뉴스코프 지분율은 12%에 그치지만 머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의결권 지분은 40%에 이른다.

갖은 비난과 말썽에도 뉴스코프의 주가는 지난 1년간 40% 가량 올랐다. 뉴스코프가 출판 사업과 엔터테인먼트의 2개 사업부로 분리되더라도 머독 일가는 2개 사업부에 대한 핵심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세계 언론시장에서 군림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박병희 기자 nut@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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