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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5.0]여자나이 오십, 23년 경력 잊었다..복사 업무도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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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계회사 이사에서 사회적 기업 연구원으로 뛰는 강미희씨
- '희망제작소'로 세상 위한 기부에 동참, 하루 일과 끝나면 보람 느껴

▲강미희 희망제작소 경영지원실 전문위원이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강미희 희망제작소 경영지원실 전문위원이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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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예전같았다면 충분히 재취업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나이가 발목을 잡았어요. 그리고 그게 저를 힘들게 했죠."

강미희(50) 희망제작소 경영지원실 전문위원은 그러나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다. 대한민국 직장인으로 23년의 세월을 숨막히게 달려온 그녀. 그러다 자녀교육 때문에 잠깐의 공백을 갖게 됐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끝자락이자 여성인 그에게 다가온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떤 일을 찾았을까. 전혀 다른 업종에 뛰어들었을까? 어떤 방법을 통해 찾았을까?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오래 하는 것이 최고의 노후 대비'라고 주장하는 강씨. 베이비부머 마지막 세대, 63년생 제2의 일자리 찾기 이야기를 들어 봤다.

강씨는 23년간 꾸준히 직장생활을 해 온 이른바 '커리어 우먼'이다.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외국어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주로 외국계 회사에서 회계ㆍ재무관리 업무를 맡았다. 마지막 회사에서는 이사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평소 업무에도 큰 재미를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퇴근하더라도 끝까지 남아 일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던 그녀였다. 그렇지만 오랜 회사생활동안 휴식이 없었다는 생각과, 청소년기인 자녀를 잠시라도 돌봐야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뒀다. 회계라는 전문성있는 경력과 외국어 실력, 베이비부머 세대 중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였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취업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는 달랐다. 외국계 기업 경력과 회계학이라는 커리어가 오히려 본인의 발목을 잡았다. 외국기업과 한국기업의 회계관행이 다르다는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 외국계기업의 재무관리 경력을 국내 기업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렇다고 외국계 기업에 재취업하기도 어려웠다. 외국계 자리의 경우 지사장의 연배가 보통 40대다. 외국계 지사장이 파트너로 희망하는 외국계 담당자는 본인보다는 연배가 어린 사람이라 63년생인 강 씨가 취업하긴 어려웠다.

1년3개월간의 공백기가 이어지자 강씨의 고민은 커졌다. 강씨는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나이 50에 그만두면, 남은 인생의 반은 어떻게 살아야 할 지가 가장 고민됐다"고 토로했다. "특별한 친구나 취미가 없다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 때 강씨는 비영리단체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당시, 그녀는 외국계 종교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 곳들이라면 사회에 도움도 되면서, 본인의 능력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쳐간 것.

그 때부터 강씨는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하는 행복설계아카데미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3월부터 2개월 과정의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강의가 끝날 즈음에는 교육을 진행했던 희망제작소에서 회계담당 연구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 바로 채용되는 행운을 얻었다.

강의를 들으며 느낀 점은 50대 이상, 전문직에 종사했던 시니어들이 일자리를 찾고는 있지만 일자리를 찾는 열정만큼 마음도 열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강씨는 "비영리단체의 경우 회계 담당이라 하더라도 때로는 복사 등 기본적인 일을 해야 할 때도 많다"며 "임원급이었던 그들이 이런 업무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전했다. 실무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질문에 "과연 내가?"라는 질문이 마음 속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비영리단체 자체도 열린 채용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정작 시니어들이 노크를 할 경우 난감해한다는 현실도 문제다. 강씨는 "비영리단체 또한 나이에 대한 편견을 갖고있고, 골치아프다는 인식이 있다"며 "서로를 위해 먼저 자원봉사로 비영리단체를 접해 보고, 추후 입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요즘들어 강 씨는 아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업무도 마음껏 하면서, 외국계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 고민했던 가정과의 균형도 맞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강 씨는 "회계업무를 좋아하긴 하지만 업무강도가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 곳에 와서는 처음으로 하루에 할당된 일을 모두 마치고 퇴근할 수 있어 정말 개운했다"고 말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끼는 것 또한 물론이다.

이렇게 그녀는 은퇴자들이 조금만 시각을 바꾸면, 굳이 창업을 하거나 전혀 다른 업종을 찾지 않더라도 일을 계속 할 수 있다고 전한다. 특히 평생 회사원으로 살았던 사람이라면 창업보다는 사회적기업에서 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그녀만의 '제2의 인생관'은 단순해서 더욱 확실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한 것, 아닌가요?"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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