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정부가 수해지원의사를 전한 것은 11일 오후다. 우리 정부는 밀가루 1만t과 라면 300만개, 의약품ㆍ기타물품 등 100억원 상당을 먼저 지원하겠다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12일 오후 '그런 지원은 필요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우리 정부는 이번 수해지원이 남북관계 개선에 디딤돌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했다.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 등 풀어야할 숙제가 태산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는 북한이 이미 수용 의사를 밝힌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와 월드비전의 밀가루 지원이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민간단체의 지원도 아예 받지 않을지 아니면 민간에는 통로를 열어두면서 '통민봉관(通民封官)' 전략을 구사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북측의 지원거부에 대해 대북전문가들은 북측이 처음부터 우리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측은 대북 수해지원이 품목 문제로 무산되면 지원을 먼저 제의한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과 책임 논란이 남측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대북 수해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우리 정부는 허탈해하고 있다. 북측의 의도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북측이 이렇게까지 뒤통수를 칠 줄 미처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일이 되는 쪽으로 하겠다"면서 지원 품목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 주요 실ㆍ국장들에게 함구령까지 내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측은 경제적 실리확보 차원에서 수해지원 제의에 일시 손을 내밀었다가 정부가 제시한 품목에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북은 다시 얘기하기가 민망한 상황이 됐으며 현 정부 내 관계 개선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