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직까지 인터넷 공간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은 걸음마 수준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후보는 트위터에 '자화자찬' 메시지를 올렸다가 망신을 당했다. 트위터 이용 방법부터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 결국 '시스템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했다.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뉴미디어 팀장이었던 진성호 전 의원은 "네이버는 평정됐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가 결국 공식 사과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SNS에서 수세에 몰렸다는 판단을 한 한나라당이 'SNS 전문가 영입'등의 전략을 내놓은 것도 수평적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는 SNS의 속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비웃음을 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당선 과정에서 SNS가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국내에도 익히 알려져 있던 사실이지만 책 속에서 상세히 드러나는 변화의 면면은 놀랍다. "일부 공화당 지지 주가 민주당 지지주로 바뀌었고, 미개척지였던 청년 유권자들이라는 블루 오션을 창출했으며, 신네트워크 정보 기술의 위력을 보여 주었고, 열성적 기독교 신자, 군부, 자영업자, 백인, 히스패닉, 총기 소유자 등 기존의 반민주당 세력을 끌어들였다.(190쪽)" 특히 정치에 무관심하던 미국의 Y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청년층)을 정치로 유도한 것은 오바마의 승리를 좌우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오바마는 청년층이 가상 공간에서 네트워크 공론장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것을 파악하고 소셜미디어와 휴대폰을 활용해 청년층에게 접근한다. 젊은 층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편견'을 깬 것이다. Y세대에게 사이버 공간은 생활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공동체로서의 인식과 정치적 판단 역시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난다. 이 공간과 '현실계'를 잇는 방식에 따라 Y세대의 움직임은 바뀐다.
비단 미국의 일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강력하다. 이미 2000년 인터넷을 통해 낙선운동을 벌였던 한국이다. 비주류였던 노무현이 후보에서 대통령으로 발돋움했던 것도 인터넷에서 구성된 지지집단의 힘이었다. 2008년 한국을 뒤흔든 촛불집회에서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자신들의 깃발을 만들어 거리로 뛰쳐나왔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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