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제빌딩주변 제4구역(용산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입찰마감일인 이날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최근 진행한 현장설명회에 대형건설사 10여곳이 참석하며 시공사 선정에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국 유찰됐다.
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건설사들이 등을 돌린 것은 사업성 때문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주거시설 외 상업·업무시설 비중이 높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이유에서다. 이를 극복하고자 조합은 향후 시공사와 설계변경을 진행하겠다는 방안까지 내놨지만 부동산 침체와 6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중대형 아파트 일부를 중소형으로 낮추고 분양성을 고려해 오피스를 오피스텔로 변경한다는 전략도 통하지 않았다. 기존 시공사가 조합에 빌려준 500억원 규모의 대여금을 새 시공사가 떠안아야하는 조건 역시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입찰을 포기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용산4구역은) 입지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사업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사업성이 많이 떨어졌고 사회적으로도 용산참사로 알려진 곳이라 내부적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2009년 1월 세입자 철거과정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경찰, 용역 직원들간의 충돌이 발생, 용산 참사가 일어났다. 사망자만 철거민 5명, 경찰 1명 등 총 6명으로 20여명이 넘는 부상자까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재개발 사업에서의 용역 관리, 일방적인 철거 과정 등이 도마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후 2011년 5월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으며 사태는 진정됐지만 4개월 뒤 이번에는 시공사와 마찰을 겪었다. 총 공사비 6000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용산 참사로 인한 공사 지연 및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공사비 630억원과 예비비 900억원 등 총 1530억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게다가 계약 변경 협상이 결렬되자 시공단은 이주비 이자 등 월 5억원의 사업비 대여를 중단했다. 결국 조합은 “사업비 대여를 중단한 것은 계약 위반으로 (시공사들의)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늘어난다”며 계약 해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우여곡절은 이어졌다. 새 시공사를 선정하고자 조합은 곧바로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사가 없어 유찰됐다. 지난달에도 현장설명회에 이어 입찰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조합의 내부 사정으로 또다시 연기됐다. 당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두산건설, 금호건설, 쌍용건설, 한진중공업, 한라건설, 태영건설, 현대엠코, 벽산건설 등 13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한편 이번 유찰로 조합은 빠른 시일내에 현장설명회를 개최, 다시한번 입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6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로 단독으로 입찰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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