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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본주택 설치, 정부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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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세종시에선 되고, 다른 곳에선 안 된다?'

아파트 분양사업에선 빼놓을 수 없는 견본주택을 두고 편파적 기준이 적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그동안 분양 때마다 설치하는 견본주택이 분양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사이버 견본주택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장해오고 있다. 그런데 세종시에서만은 견본주택을 지을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그동안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다른 공공택지에서는 건설사들이 요청하는 견본주택 땅 제공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아 인근의 사유지를 빌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견본주택을 지어 수요자들에게 보여주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견본주택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취지와 달리 분양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내놓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분양사업을 위한 견본주택 설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방침을 정해놓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부문의 경우 사이버 견본주택만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MB정권 초기인 지난 2009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분양가 상승을 가져오는 요인인 견본주택의 거품을 빼는데 공공이 앞장서 달라"고 주문하면서부터다.

이에 국토부는 '사이버 견본주택 적극 활용'이라는 공문을 각 건설사에 전달하는 한편 LH 등 공공부문에는 사이버 견본주택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주택법에서는 사업주체가 주택의 판매촉진을 위해 자율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석상 의무 규정이 아닌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때 분양성을 목적으로 견본주택 짓기에 업체간 경쟁이 붙으면서 고가 마감재 등이 사용되고 그 비용이 고스란히 분양가에 전가돼 왔다"며 "이를 막기 위해 공공택지 안에서 만이라도 사이버 견본주택을 활용하자는 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택지에서는 이 규정이 의무조항 격으로 적용되고 있다. 수도권내 택지개발로 조성되는 신도시에서 분양할 때는 견본주택을 짓기 위한 땅을 제공하지 않도록 강제하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 등지의 택지개발사업지구 안에서 견본주택을 볼 수 없게 된 배경이다. 이로인해 신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견본주택은 택지 주변 민간이 보유한 땅에 지어진 것들이다.

최근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분양사업을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억원씩 하는 집을 팔면서 견본주택도 보여주지 않을 수는 없는 입장"이라면서 사이버 견본주택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몇만원짜리 화장품을 팔 때도 샘플을 보여주는 것처럼 수요자들이 살 집의 구조와 마감 등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고 이렇게 해야만 입주 후에 생길 수 있는 다툼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계약 물량으로 남은 경우 예비수요자의 사전 접수를 받을 때도 견본주택은 필요하다.

더욱이 이처럼 민간택지를 빌려 견본주택을 짓다보니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택지의 일부를 빌려주면 민간택지보다 절반 정도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며 "정당한 영업활동을 제한하고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뿐"이라고 힐난했다.

특히 이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진 것은 세종시에서만큼은 이런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서다. 세종시 아파트 분양사업에 대해서는 건설업체에 땅을 무상으로 제공, 견본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건설사들은 사업지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민간택지를 빌려 견본주택을 짓고 있는만큼 지금이라도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소리높이고 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공공택지 안에는 공급시기가 멀리 잡혀있거나 미분양 등으로 남아있는 상업용지나 업무용지 등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들을 일정기간 임대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건설업계의 부담 완화와 분양가 인하 등을 위해 공공택지내 견본주택 건설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견본주택의 건립에 대해서는 법률적 근거가 없어 실질적으로 사업주체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고만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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