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8455만원..이자라도 갚고 싶소
지난 2009년 회사를 그만두고 죽전 아파트촌에 치킨집을 연 박성광(43·가명) 씨는 요즘 심각하게 폐업을 고민 중이다. 기대 만큼 수익은 높지 않는데 대출금에 이자, 가게 월세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내는 돈까지 감당하기가 버거워서다. 박씨는 "직장에 남아있기 어려워 흔히 창업을 생각하지만, 쉬는 날 없이 일해도 본전치기일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13일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올해 자영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5048만원. 이 가운데 1082만원은 원리금 상환액이다. 100원을 벌면 5분의 1이 넘는 21원 정도를 빚 갚는데 쓴다는 얘기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은 1년 새 5%나 늘었다.
빚 부담이 커진 건 그만큼 빌려 쓴 돈이 늘어서다. 자영업자들의 평균 부채 규모는 지난해 7132만원에서 올해 8455만원으로 18% 남짓 증가했다. 여기서 22.6%는 금융대출이었고, 특히 담보 없는 신용대출이 30.6% 급증했다. 신용대출의 이유를 묻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는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 10명 중 1명은 '생활비 마련'을 이유로 들어 자영업자들의 팍팍한 현실을 짐작하게 했다.
반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10월 현재 자영업자 수는 573만여명. 1년 전 같은 달보다 1.9% 많은 숫자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데다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어 창업 시장은 레드오션(Red Ocean·붉은 피를 흘려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된지 오래다. 요사이엔 조기퇴직한 4050세대에다 일자리가 부족해 창업전선에 뛰어든 젊은층까지 가세해 살아남기가 더 힘들어졌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쉽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고용회복세 지속, 물가 상승세 둔화 등으로 소비여건은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소매판매 증가를 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 10%를 웃돌던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 9월 2.8%까지 떨어졌고,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에서도 승용차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와 함께 외식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섰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