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최근 남편과 이혼했다는 박정숙(가명ㆍ47ㆍ여)씨였다. 박씨가 언급한 기사는 한 남성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스폰서가 돼주겠다'는 말로 여성 11명을 현혹해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저 또한 인터넷 채팅으로 가정파탄을 경험했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려 용기를 내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박씨의 사연은 개인과 가정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인터넷 채팅의 폐해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박씨는 인터넷을 뒤져 S사이트를 찾았다. 그는 "S사이트에 들어가니 열려있는 채팅방의 이름부터가 노골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박씨의 소개로 기자가 직접 확인해본 S사이트에서는 '텔 잡고 노실 분', '지금 할 사람 급만남'등 부적절한 성관계를 암시하는 채팅방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박씨는 이 곳에서 채팅방을 개설한 뒤 채팅방 이용권을 구매한 남성들과 1:1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대화만 하며 노는 수준이었지만, 채팅을 시작하고 1~2달이 지나자 '진짜로 만나보면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생겨 자주 대화를 하던 남성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났다고 했다. 박씨와 남성의 만남은 지속됐고 결국 성관계로 이어졌다.
"심각하다"는 박씨의 토로처럼, 인터넷 채팅 문제는 이미 곪을대로 곪아버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1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상담 사례 가운데 인터넷 채팅이 원인이 된 사례는 전년보다 2배 늘었고 최근 수 년 동안 꾸준히 늘고 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은 "외도나 불성실한 생활, 의처증, 의부증, 불신 등 상담 사유 가운데 상당수가 인터넷 채팅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 채팅의 폐해는 가정파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채팅에 중독된 아내 이모씨를 남편이 목졸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보다 앞선 2009년 3월엔 채팅에 중독된 아내가 말리는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채팅을 매개로 사기, 성매매, 마약, 불륜 등 다양한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며 "해당 포탈사이트 측에 적극적인 통제를 요청해보지만 지속적인 단속이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의 대화 단절을 외부에서 해소하려는 노력과 성적인 관심의 결합을 채팅중독의 원인으로 꼽는다. 익명성에 기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어디서든 손쉽게 만남의 기회를 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채팅서비스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성관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사전에 내면에서 합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은 "컴퓨터와 떨어져 지내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있어 인터넷 관련 중독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며 "부부나 가족이 공동의 취미를 갖는다거나 대화를 늘리는 등 가정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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