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후관리 규정 빠졌나"…정책 사각지대 기후변화영향평가
2021년 제도 도입시 산업계 부담 고려
미래결과 예측 방식 구조적 한계 지적도
"국회 예산심의 통해 이행여부 점검해야"
기후변화영향평가의 사후관리 공백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예고된 문제였다.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 초기 단계에서 평가 체계 구축에 집중하고 산업계 부담과 반발을 고려해 사후관리 규정 도입을 유보해 현재의 제도적 공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기본법 도입 당시 규제는 뒷전
기후변화영향평가는 2021년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도입됐다.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정책이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감축·적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시 국내에 유사한 제도가 없었던 만큼 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실제 입법 과정에서도 사후관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법안에서는 환경영향평가법과 같은 협의내용 이행 의무나 조치명령, 과태료 부과 등 사후관리 규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사후관리 체계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은 또 다른 배경에는 평가 대상 사업의 특성도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오염물질 배출시설이나 생태계 훼손 여부 등 비교적 측정 가능한 항목을 관리하는 반면, 기후변화영향평가는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효과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업자가 제시한 감축 계획이 향후 기술 변화나 사업 여건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가 제도 도입 초기 강제 규정보다는 평가·협의 중심의 운영을 우선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제도 시행 5년 차를 맞아 평가받은 사업들이 최근 공사·운영 단계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평가를 받은 사업 대부분이 계획 수립이나 인허가 단계에 머물러 구조적 공백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지만, 최근 대규모 개발사업 등이 본격 추진되면서 평가서에 담긴 감축 계획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평가받은 사업 본격 착공하며 제도 허점 수면 위로
법제처가 환경영향평가법상 사후관리 규정을 기후변화영향평가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기존 법체계를 활용한 법적관리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예컨대 대형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자가 기후변화영향평가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20%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해 협의를 마쳤더라도, 실제 공사·운영 과정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현행법상 정부가 이를 강제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단이 없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태양광·풍력 단지가 기후 취약성 적응 계획을 제출해 협의를 완료했더라도, 착공 후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 '평가는 의무, 이행은 선택'인 구조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환경·에너지 업계에서는 기후변화영향평가가 형식적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가서에 담긴 감축 계획이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되는지 확인할 장치가 없다면, 평가 자체의 의미가 희석된다는 지적이다. 후속 입법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영향평가 수준의 강한 관리 체계를 도입할 경우 기업 부담 증가와 투자 위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반대로 보고 의무나 권고 수준에 그칠 경우 제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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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유권해석이 제도 보완 논의를 본격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다만 제도 보완 전까지는 탄소감축인지예산제도와 국회의 예산 심의 기능 등을 활용해 감축 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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