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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서 공대로 간 의사과학자…"100명 치료 아닌 1만명 치료기술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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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모 서울대 교수 "임상의사로 환자 이해해야 과학자로도 성공"
안과 전문의에서 공대 교수로 진로 변경
"의대생도 원하는 타과 수업 들을 수 있어야"

"의사과학자는 당장 10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1000명, 1만명을 치료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의사과학자' 서종모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지난 7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안과 전문의인 동시에 의공학을 전공하는 공학자이다. 아시아경제는 이날 제주도에서 열린 '2023 의사과학자 컨퍼런스'에 참석중이던 서 교수와 국내 언론 최초로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의사과학자'는 요즘 의대 정원 증원,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논의 등과 맞물린 핫 이슈이다. 그는 "의사는 과학자로서 연구하고 싶어도 환경상 진료에 치중하게 되므로 정부는 의사과학자의 진료 부담을 줄여주고 마음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종모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공학부 교수/사진=서울대학교

서종모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공학부 교수/사진=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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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전문의인데 공대 전기정보학부 교수가 됐다. 무엇이 계기가 됐나.

의대 본과 3학년 때 '의공학'을 접한 후 이쪽으로 진로를 잡고 싶었다. 당시 의공학 주임교수님을 찾아가니 "환자에 대한 지식이 적으면 연구를 하기 어렵다"는 말로 돌려보냈다. 인턴이 끝나고 다시 찾아갔을 땐 전문의가 된 후 돌아오라는 말을 들었다. 이러한 조언에 지금도 감사한다. 임상진료를 하며 환자를 치료하고 그들이 시력을 되찾아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과 전공의 시절인 2000년에 시작된 '인공눈 프로젝트'를 보며 이를 평생 연구 주제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의사과학자와 일반적인 의사의 차이는 무엇인가.

의사과학자는 의료 면허를 가지고 있으면서 의학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자를 말한다. 의사과학자가 진료 현장을 완전히 떠난 사람만 지칭하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의사와 의사과학자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비중을 두는 쪽이 진료냐 연구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본인이 의사과학자로서 거둔 성과는.

최근 새로운 재질의 인공망막 장치를 개발했다. 1980년대부터 연구해온 독일, 미국에서 인공망막을 출시했지만 모두 사라졌다. 기술적 수준이 환자의 기대만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공망막에는 매우 작고 유연한 전자회로가 필요한데 당시 제품은 방수가 불완전했고, 부작용도 있었다. 최근에야 휴대폰 등에 쓰이는 새로운 유연 물질이 나왔다. 우리는 이 중 PFA, COC, 유연형 유리를 이용해 생체에 이식할 정도의 초소형 전자회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만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내 눈에 심어도 될 수준이 됐을 때 환자에게 이식할 예정이다.


국내 의사과학자들의 연구 현실은 어떤가.

제도나 연구환경보다 '의사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생기는 기대로 연구가 쉽지 않다. 환자 진료를 보다가 아이디어가 생겨 연구하고 싶을지라도 이것이 환자에게는 기다림의 영역이 되고 병원에는 이것이 민원이 돼 직원들이 고생한다. 대부분의 의사는 병원 직원, 동료와의 원만한 관계를 선택한다. 개원 의사 중에도 연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료가 줄면 병원 수익이 감소한다. 가족뿐만 아니라 일하는 직원들의 봉급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8일 오후 2023 의사과학자 컨퍼런스에 참석한 서종모 교수

8일 오후 2023 의사과학자 컨퍼런스에 참석한 서종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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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이 예비 의사과학자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연구를 하고 싶다고 손을 든 서울대 의대 본과 1·2학년 학생들이 본과 4학년이 되면 그 수요가 절반으로 줄고, 레지던트 이후 결혼하게 되면 경제적 책임감에 사실상 0%에 수렴한다. 내가 안과 진료를 하는 의대 교수에서 의공학을 연구하는 공대 교수로 진로를 바꿀 수 있었던 건 결정 당시 결혼을 안 했고, 아버지가 지지해주신 덕분이다. 의사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은 많은데 주변 환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해 교육 측면에서 무엇이 필요할까.

현재 의대 커리큘럼이 빡빡하게 채워져 있어 이외에는 배우기 어렵다. 서울대는 지난해 연구에 필요한 수업을 이수하면 보조학위로 인정하는 '지속연구 과정(Micro Degree)'을 시작했다. 이처럼 전공수업 이상으로 다른 분야 수업도 유동적으로 듣고 이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교육은 확대돼야 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보여줄 수 있도록 특강 형식으로라도 선배들의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해외에선 의사과학자를 어떤 방식으로 양성하는가.

미국에서는 국립보건원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의사과학자가 다른 연구자들보다 국가 지원 독립 연구비를 따내는 경우가 두 배 이상이다. 이 외에도 의사과학자로부터 치료받은 부유한 환자나 가족들이 거액을 기부해 연구를 지원하는 석좌교수 제도가 있다. 기부 연구비를 바탕으로 석좌교수는 연구에 더욱 매진할 수 있고 석좌교수의 연구로 인해 생긴 진료의 빈자리에는 새로운 교수가 충원된다. 한국 역시 의사과학자의 진료 부담을 줄여주는 다양한 재원확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한국 의료계와 교육계에 전하고 싶은 말은.

아직 해결해야 할 질병이 많이 남아있고 더 좋은 치료 방법도 필요하다. 이 연구의 중심에는 환자의 고통을 지켜보고 그들을 잘 이해하는 의사들이 있어야 한다. 의사과학자는 지금 100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1000명, 1만명을 치료할 수 있는 의학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의사과학자들이 맘 편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서종모 교수 프로필= 1996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병원 안과 임상전임강사, 동국대 의대 안과 조교수 등을 거쳐 2008년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나노·바이오 의료기술을 연구한다. 대한검안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의대 겸무교수로 서울대병원에서 희귀망막질환 진료도 한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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