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에 막힌 '재정준칙' 처리
민주당 "지출준칙 추가하자" 제안
글로벌 스탠다드는 수지준칙 도입
당정도 "수지준칙이 가장 바람직"

유동수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유동수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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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정준칙’ 법안처리가 더불어민주당의 ‘지출준칙’ 요구에 불투명해졌다. 재정수지가 아닌 정부지출을 직접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법안이 가장 보편적이고 합리적인데다 세부 내용에서 상당한 합의가 이뤄진 만큼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는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됐다. 배경에는 민주당의 지출준칙 요구가 있다. 이날 야당 측에서는 정부의 재정준칙 안처럼 재정수지만 제한할 게 아니라 정부의 씀씀이인 지출까지 억제하는 조항을 넣자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재정준칙의 유형에는 크게 수지, 지출, 채무가 있다. 수지 방식은 정부의 수입에서 지출을 뺀 재정수지를 관리하는 식이다. 수입이 많다면 지출도 많이 할 수 있다. 반면 지출방식은 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 지출만을 관리한다. 채무방식은 수입, 지출과 무관하게 국가의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를 고려해 조정한다.


재정준칙 또 지연시킨 야당의 몽니…이번엔 "재정수지 말고 지출" 원본보기 아이콘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은 수지방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게 골자다. 만약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2%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

야당이 수지준칙이 아닌 지출준칙을 언급한 건 ‘경기대응’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지출준칙을 도입하면 정부 수입이 많은 경기 호황에서는 비교적 지출이 적고, 불황일 때 지출이 상대적으로 지출이 많다. 예를 들어 지출을 100으로 제한했다면 세수입이 200 들어왔을 때도 100밖에 쓰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경기과열을 막고, 수입이 50밖에 안 들어왔을 때도 100을 쓰게 되니 확장재정이 돼서 경기진폭을 저절로 낮출 수 있는 셈이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유동수 의원도 같은 날 “(지출준칙을 도입하면) 이런 식으로 자연스러운 재정정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수지준칙이 가지는 단점에 대해 언급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일 ‘재정준칙 도입 논의 동향 및 쟁점’ 자료를 내고 “이런 재정수지 준칙 중심의 운용은 국가채무의 장기적 건전성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해도 어느 정도 적자재정이 가능하다 보니 건전재정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재정준칙은 총량제어가 기본, 수지준칙 가장 바람직"
전 세계 재정준칙 시행 현황. 소득그룹별 재정준칙 시행현황(왼쪽)과 재정준칙 유형별 시행현황(오른쪽). 빨강: 수지준칙, 파랑: 채무준칙, 초록: 지출준칙, 노랑: 세입준칙.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전 세계 재정준칙 시행 현황. 소득그룹별 재정준칙 시행현황(왼쪽)과 재정준칙 유형별 시행현황(오른쪽). 빨강: 수지준칙, 파랑: 채무준칙, 초록: 지출준칙, 노랑: 세입준칙. 자료=국회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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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수지중심의 재정준칙이 여러 유형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수지준칙은 수입과 지출을 모두 고려하는 데다, IMF에서도 재정준칙을 ‘재정총량의 건전성 회복’으로 두고 있어 국제적 눈높이에 맞기 때문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준칙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건전성을 위해 총량을 수치로 제어하는 것 ”이라면서 “수지준칙이 가장 기본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준칙을 택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도 이유 중 하나다. 지출준칙은 세입여건을 따지지 않아 재정을 조정하기 적절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지출한도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으면 일부 영역에서 정부가 한도를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관행도 발생한다. 채무준칙의 경우에도 경기안정화 기능이 없고 단기운영 지침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재정준칙도 수지준칙이다. 수지준칙을 채택한 국가는 93개국으로 채무준칙(85개국)이나 지출준칙(55개국)보다 많다. 최근 지출준칙 국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수지준칙 국가들이 건전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취한 조치다. 지출준칙 국가로 잘 알려진 미국도 1986년 ‘그램 루드만 홀링스법’으로 수지준칙을 먼저 시행한 뒤 1991년 지출준칙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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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서는 수지준칙과 지출준칙을 같이 넣자는 취지의 제안도 했지만 당정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문이 몇 개 없는 간단한 재정준칙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출준칙까지 추가하면 더 복잡해져서 고려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같은 이유로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도 소위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야당의) 말씀 중에 지출준칙도 있어서 따로 법률안을 내라고 얘기했다”고 얘기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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