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 긴급 좌담회

수사기관 재량 축소하고
유치장 구금 등 적극 활용해야
남성 공격행위 위험 인식 낮아
공권력 무능도 악순환 키워
가해자 처벌 강화엔 한목소리

"스토킹 범죄, 반의사불벌 조항 없애고 의무 체포·기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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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공병선 기자, 오규민 기자]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스토킹범죄가 살해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피해자가 원치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의무 체포와 의무 기소(mandatory arrest·mandatory prosecution)를 명시해 수사기관의 재량을 축소하고, 유치장 구금 등의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법원과 검찰, 경찰 등이 피해자 중심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좌담회에는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등이 참여했다.


-스토킹 범죄 왜 반복되나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사회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스토킹 범죄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특정 성별(젠더) 이슈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서‘여성성에 대한 남성의 공격 행위’등에 대해서도 위험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방향이 아닌 남성과 여성의 동등함을 강조하는 등의 발언 등은 사법부의 판단을 약화할 수 있다. 남성 중심적 사고, 성차별적 인식 등의 개인적 성격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남성 중심적 사고를 학습한 사람의 경우 이성이 반대 의사표시를 하게 될 경우 이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려는 행위가 이어지기도 한다.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공권력이 무능력했다. 제도적 허점도 있지만 제도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다. 이번 신당역 스토킹범죄는 평소 관계가 있던 사람에 의해 지속해서 괴롭히다 살해를 저질렀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아도 내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 속성이 담겨있다. 원치 않아도 연락하고 찾아가고 이런 방식들이 결국 스토킹 가해자들이 하는 얘기 중에 ‘너 결국 안 하면 내가 너 죽인다’라는 것들로 연결되고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범죄이다.

▲허민숙(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아직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이전에는 범칙금 8만원이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토킹이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법과 제도가 아직 스토킹범죄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스토킹을 방지하는 데 에너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스토킹 범죄를 막는 근본적 해법은

▲이웅혁= 반의사불벌 조항을 신속 폐지하는 것과 동시에 수사기관의 재량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스토킹 사건은 의무 체포와 의무 기소를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했더라도 구속 수사를 안 하거나 경찰이 다른 참작 사항으로 기소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 스토킹처벌법 18조 3항에는 ‘스토킹범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구속 영장 신청, 발부 사유에 ‘피해자 위해 가능성(보복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 검찰, 법원 등의 인식 자체도 변해야 한다. 공격성 자체가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효과가 큰 잠정조치 4호(유치장 구금)를 경찰 직권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대 1개월의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잠정조치 4호는 스토킹 가해자를 구속영장 없이도 최대 한 달까지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검찰 검토, 법원에 청구 시행 등을 거치게 되면 최소 4~5일은 필요하다. 스토킹에 착수해 사건 종료까지 10초도 안 걸리는데 가해자 피해자 분리 절차까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스토킹범죄에 한해서는 절차를 생략하거나 사후 승인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송란희= 반의사불벌조항 폐지, 스토킹 범죄자 구속수사, 접근금지 조치 적극 시행, 유치장 유치 등 손봐야 할 제도가 많다. 반의사불벌조항 폐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가해자가 고소당하면 피해자를 찾아가 용서해달라며 무조건 철회를 강요하게 돼있다. 스토킹 자체가 원하지 않는 행위인데, 가해자한테 마치 피해자에게 가라는 듯한 방향을 제시해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법무부가 강행했는데 스토킹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다.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강하게 거부 의사를 하면 가해자가 멈출 수 있다라는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다. 구속영장 발부에 ‘위해 우려’, ‘보복 우려’ 등이 들어가야 한다. 특히 피해자에 대한 보복 우려는 여성 폭력 범죄에서 우선순위에 두고 판단을 해야 한다.

▲허민숙= 강력한 처벌이 중요하다. 스토킹범죄가 발생했을 때 강력히 처벌해 대중들에게 ‘감옥에서 나오기 힘들다’ 등의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실제로 스토킹처벌법이 생긴 이후 신고율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다. 이번 신당역 살인사건 가해자는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에게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스토킹범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토킹 자체가 강력범죄라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토킹범죄 대응의 문제점은

▲이웅혁= 스토킹범죄 대응 대부분은 사후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자발찌 착용과 기간 확대 등은 강력범죄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즉각 분리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 가해자를 구금할 수 있는 유치 시설을 확대하고, 분리 기간도 한 달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송란희= 현재 있는 제도들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잠정조치 4호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있는 조항들을 활용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를 해야 한다. 접근금지도 보통 2개월이다. 최장 6개월임에도 상담 사례를 보면 갱신이 원활하지 않다는 경우도 많다. 결국 2개월 사이에 찾아오면 연장을 해주지만, 직접적인 접근을 하지 않으면 연장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가해자들이 2개월 이후 접근금지가 끝났으니 다시 연락하는 경우가 있다. 현 제도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허민숙= 수사기관·사법기관에서 스토킹 범죄를 가볍게 인식하는 것이 문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지 않는다.‘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라는 말 등이 있지만 피해 여성의 입장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말이다. 사정당국이 피해자의 공포심 등을 고려해 수사하지 않는다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모든 것은 의미 없는 공회전에 불과할 것이다.

-피해자의 적극적 신고를 유도하려면

▲이웅혁=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피해자들이 편견이나 낙인효과 등을 우려해 신고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에서 ‘아직 피해자 발생하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소극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신고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피해자가 신고한 후 극단적인 형태로 가는 경우가 일반적인 패턴이므로, 사건 악화의 변곡점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송란희= 경찰과 검찰 등 사정당국이 제대로 처리하고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우리가 최선을 다해 잘 적용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선언할 필요성이 있다.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마당에 누가 신고를 하겠나.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니 구속하지 않았다 등의 소극적 대응이 결국 피해자들의 적극 대처를 막은 것이다.

▲허민숙= 내가 신고함과 동시에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스토킹범죄 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에 반의사불벌죄 자체를 없애는 쪽으로 간다면 피해자들이 더 많이 신고할 것이다. 가정폭력의 경우에도 반의사불벌 조항이 남아있다. 전체적인 형사처벌 제도를 뜯어고쳐 피해자들에게 ‘신고만 하면 해결된다’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으려면

▲이웅혁= 스토킹범죄는 피해자의 나이, 학교 등 신상에 대한 언급이 이어지면서 2차 가해화가 시작된다. 범죄 사건과 관련한 2차 가해는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음을 수사당국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송란희= 공인들의 발언을 통해 2차 가해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없다’ 등의 발언으로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발언 자체가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것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인식을 바로 갖는 것이 중요하다. 6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스토킹범죄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성장했다. 스토킹범죄를 예전처럼 강력한 구애 행위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허민숙=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 신당역 사건도 3년간 350여번의 문자를 받는 등의 스토킹을 당했지만 수사가 더뎌지면서 피해를 키웠다. 사정당국은 피해자가 신체적 폭력을 당해야만 움직인다. 또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영장이 발부되는 상황이다. 수사기관과 사법기관 사람들이 스토킹 등 범죄는 곧 신체적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줘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방향은

▲이웅혁= 100m이내 접근금지나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했을 땐 형사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위반 시 제재가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에 불과하다. 목숨 걸고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과태료 1000만원에 의욕이 꺾이진 않을 것이다. 위반 시 긴급체포와 함께 형사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긴급응급조치 역시 최대 2~3년 등 장기간으로 설정해야 한다. 현재 긴급응급조치는 1개월 동안, 잠정조치 2·3호(접근·통신 금지)는 2개월씩 두 번 연장해 최대 6개월까지 가능하다.

▲송란희= 잠정조치 중 유치장 구금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구속이 되지 않으면 가해자들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형량을 올리는 것은 나중 문제다. 오히려 형량이 너무 높으면 검찰 측이나 법원에서도 유죄선고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도 입증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은 당장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들이 가해자에게 먼저 선행돼야 한다.

▲허민숙= 위치정보시스템(GPS) 등 해외의 우수한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은 피해자와 가해자 경찰이 GSP 장치를 가지고 있다. 만약 가해자와 피해자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3명 모두에게 신고가 간다. 또한 GDP 장치 비용도 가해자가 내도록 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스토킹 가해자에게 ‘사랑하면 그럴 수 있다’라는 인식을 주기도 했다. 그 싹을 잘라버리려면 몸에 무엇을 지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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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신상 공개에 동의하는지

▲이웅혁= 가해자 신상 공개에 적극 찬성한다. 범죄는 공적 사건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들에게도 강력범죄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죄추정의원칙, 기타 인권보장으로 막는 것은 과잉 인권으로 보인다.

▲송란희= 신상공개는 여론을 호도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가해자 한 명 한 명을 특정해 공개하면 개인의 일탈 문제로 비칠 수 있고, 개인화된 문제로 좁혀지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신상 공개 효과가 범죄 예방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현재까지 신상 공개된 범죄자들이 있음에도 스토킹 관련 강력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허민숙= 가해자 신상 공개에 적극 찬성한다.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신당역 사건은 혐의는 이미 밝혀졌으며, 현재 그 범위를 정하는 단계이다. 강력범죄의 혐의가 명백하다면 곧바로 신상 공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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