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미국의 성장 엔진이었던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감원과 채용 동결 등 긴축 경영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 월가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미 월가가 실리콘밸리에서 빠져 나간 인재들을 빨아들이며 인재전쟁에서 잃어버린 기반을 회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빠져나간 IT인재들이 증권거래소, 은행 등 월가 금융회사로 유입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리콘밸리로 집중됐던 힘의 균형이 옮겨오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IT기업들의 정리해고를 추적하는 사이트 ‘정리 해고 추적기(layoffs.fyi)’에 따르면, 올 들어 미 IT 기업에서 약 7만5000명 이상이 해고됐다. 미 최대 IT 기업인 애플을 비롯해 구글 모기업 알파벳 등 빅테크들이 잇따라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해고 또는 고용 감축을 단행한 결과다.
애플은 지난달 계약직 직원 100여명을 감원했고, 구글도 올 하반기에는 채용을 늦추고 비교적 우선순위가 낮은 부문에 대한 인재 투자는 중단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최근 전체 임직원(약 18만명)의 1%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전했다.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미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정책이 기술 기업들에 직격탄이 되며 올 들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1.60% 급락했다.
코로나19 기간 호황을 누리던 기술 기업들은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하향세를 탄 반면 금리 상승 등으로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실리콘밸리 IT인재들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시타델 증권의 기술책임자인 조시 우즈는 "기술 직무에서 지원자 수가 전 분기 대비 50% 증가했다"며 "빅테크, 가상화폐, 스타트업 등 일류 IT 기업에서 넘어오는 이직자를 많이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 등으로 기술 부문을 강화하면서 숙련된 기술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모기업인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는 올해 기술팀 규모를 기존 대비 25% 이상 늘렸다. ICE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안정성을 선호하는 인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IT 스타트업과 암호화 화폐 관련 기업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한 인재들이 우리 비즈니스의 전천후 특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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