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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개선 필요한데 예산은 없고…교육공무직 고차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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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학비노조 결성 후 매년 파업 "여전히 신분 불안정해"
코로나 휴교에 월급 못 받아…"다치거나 아파도 책임 안 진다"
일각선 교사수준 과도한 요구 비판…복무 등 별도 법률 필요

처우개선 필요한데 예산은 없고…교육공무직 고차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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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정동훈 기자] "파업을 하면 임금이 깎여 더 힘들어지죠. 여기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거든요."

"올해 다섯 번째 삭발을 했어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예 말을 들어주지도 않거든요."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학비노조는 2011년 결성 후 매년 파업을 진행했다. 2012년 첫 파업 때는 호봉제 도입과 교육감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2014년엔 정규직과 차별 해소, 2016년 정기 상여금 신설, 2019년 정규직 80% 수준에 달하는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 상여금과 교통비가 신설됐고 근속수당과 명절 휴가비가 인상됐다. 2017년에는 90% 이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파업은 계속된다. 16만명에 달하는 '교육공무직'은 여전히 처우나 신분에서 불리하며 불안정하다고 불만이다. 예컨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가 문을 열지 않았을 때 급식 조리사들은 월급을 받지 못했다. 19년간 급식 조리사로 일한 민경임씨는 "다치거나 아프게 되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학교 안에서는 교장이 결정권자인데 예산을 늘리는 등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처우 개선 요구는 애초부터 처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공무원 즉 '교사'들과 대등해지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학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교수들은 이들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돌봄전담사로 8년간 일한 안종화씨는 "돌봄교실은 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일 정도로 취급받는다"며 "교육의 연장선인데 교사들은 방과 후 일어나는 일까지 본인들이 책임지게 되는 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과의 반목은 감정 소모로 이어진다. 경기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무실무사로 근무한 김모씨는 "어떤 일을 시켜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차 접대를 시키거나 교사들이 개인적 잡무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만약 이를 거절하면 교사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을 듣게 돼 학교를 계속 다니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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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은 시도교육청과 계약을 맺는 근로자다. 교원이나 공무원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파업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학교라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탓에 파업에 따른 비난은 다른 직종에 비해 더 크게 받는다. 학생들을 볼모로 밥그릇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학교 현장에선 파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이 제기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학교는 파업 시 필수 인력을 둘 수 있고 대체 인력 투입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법 개정을 통해 교육공무직의 파업권과 학생 교육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필수공익사업은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심각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사업을 의미하는데, 이를 학교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11월 6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주최로 열린 '학교 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초등돌봄전담사 총파업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박 터뜨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11월 6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주최로 열린 '학교 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초등돌봄전담사 총파업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박 터뜨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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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도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교육공무직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서울시교육청과 대립하고 있는 서울학교비정규직노조의 경우 퇴직금을 확정급여(DB)형으로 전환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DB형 도입 시 20년 동안 약 9000억원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시교육청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3427억원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16만 교육공무직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교내 시한폭탄이 됐다. 반복되는 파업과 국민 불안 속에서 이제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교육공무직의 복무와 처우 등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미비한 점을 고려할 때 초중등교육법 개정 또는 별도의 법률 제정을 통해 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당국은 교육공무직 처우 개선 논의 과정에서 학생의 교육을 받을 권리 보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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